이정후는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시범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2안타 모두 장타였다. 특히 첫 홈런도 쏘아 올렸다. 1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친 이정후는 0-2로 끌려가던 3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선 홈런을 때려냈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 라인 넬슨의 152.4㎞ 직구를 받아쳐 우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타구 속도는 시속 약 176.5㎞, 사각도 18도, 비거리 약 127m의 총알 타구였다.
경기 후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 등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MLB 투수들은 구속도 빠르지만, 대부분 키가 크고 릴리스 포인트가 다 높다. 공이 더 빠르게 보이고 변화구가 다 다르게 움직인다"라고 진단한 뒤, "겨우내 이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0)의 최정상급 타자지만, 현지 매체들 사이에선 이 능력이 MLB에서 통할지에 대한 물음표가 남아 있었다. 특히 KBO보다 수준 높은 MLB의 빠른 구속에 이정후가 적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지난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낸 이정후는 두 번째 경기(다이아몬드백스전)에선 홈런을 쏘아 올리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현지 매체들도 그의 강속구 대처와 괴력포에 놀랐고, 그의 빠른 발에도 두 번 놀라며 이정후의 새 시즌 활약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 매체들이 더 주목한 것은 이정후의 남다른 '노력'이었다. 현지 매체 '더 머큐리'에 따르면, 이정후는 지난겨울 피칭머신의 릴리스 포인트를 조정해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키가 큰 MLB 투수들의 특징을 고려해 집중 훈련한 것. 또 스프링캠프 기간 MLB 투수들의 공을 지켜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알려졌다. '바람의 손자' 재능에 남다른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오늘 홈런은 이정후가 MLB 투수들의 공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극찬했다. 이어 매체는 "이정후의 타격이 기대보다 뛰어나다는 걸 암시한 경기이기도 하다"라며 새 시즌 그의 활약을 기대하기도 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역시 "이정후가 직구, 변화구 등 모든 공을 잘 치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