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팀의 자력 우승이 힘들어졌다는 말에 "이번 시즌 우리의 여정은 영화 '덤앤더머'와 같다"라고 답했다. 경기 후 그 의미에 대해 묻자, "짐 캐리가 영화 내에서 여자에게 고백한 장면을 기억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영화 '덤 앤 더머'에서 짐 캐리가 열연했던 로이드 크리스마스는 짝사랑하던 상대 매리 스완슨에게 고백을 했지만, "(당신과 내가 사귈 확률은) 100만 분의 1"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는 말. 실망에 빠질 법 했지만 로이드는 달랐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며 오히려 좋아했다.
지금의 대한항공 상황과 똑같았다. 대한항공은 14일 시즌 최종전인 KB손해보험전에서 승점 3을 따내면서 1위를 탈환했지만, 자력 우승이 불가능하다. 우리카드(승점 69)가 16일 삼성화재전에서 승리하면 대한항공의 역전 우승의 꿈은 물건너 가기 때문이다. 우리카드가 승점 2만 따내도 승수(24승)가 대한항공(23승)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여러모로 불리하다.
하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 만난 틸리카이넨 감독은 "아직 (우승의)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승리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승 가능성을 퍼센테이지(%)로 말하기는 어렵다. 잘한 팀이 이기는 배구 경기지 않나"라면서도 "(우리카드의 마지막 상대) 삼성화재가 '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라며 역전 우승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일단 대한항공의 손은 떠났다. 최종전을 다 치른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건 다른 팀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일단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할 예정이다. 토요일 경기(우리카드-삼성화재전) 결과에 따라 포스트시즌(PS) 준비에 돌입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난 12일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전을 "틀어 놓고 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우리카드가 승리했다면 대한항공의 역전 희망이 사라지는 상황이었는데,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에 3-1 승리를 거두면서 고춧가루를 뿌렸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16일 우리카드-삼성화재전도 "안 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이런 경기는 못 볼 것 같다. 즐기지 못할 것 같다"라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