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을 안긴 통역에 이어 고척 스카이돔 왼쪽에 생긴 블랙홀까지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를 괴롭혔다.
오타니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MLB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 2024' 2차전에 2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지만 소속팀 다저스의 11-15 패전을 막지 못했다.
오타니는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회 초 5실점하며 기세를 내준 상황에서 첫 타석에 나섰다. 선두 타자 무키 베츠는 범타로 물러났지만, 그가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조 머스그로브를 상대로 날카로운 우전 안타를 치며 기회를 열었다. 다저스는 후속 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볼넷, 윌 스미스가 중전 2루타를 치며 오타니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오타니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개빈 럭스와 베츠가 안타를 치며 만든 2·3루 기회에서 우측 외야에 타구를 보내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다저스가 2-5, 3점 차로 추격하는 타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오타니는 침묵했다. 다저스는 마운드가 무너지며 3회 초 수비에서도 4점을 내줬지만,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3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주자를 2루에 두고 상대한 톰 코스그로브와의 승부에서 투수 앞 땅볼에 그치며 다저스의 추격을 이끌지 못했다. 5회 말 베츠가 투런홈런을 치며 8-10, 2점 차까지 추격한 뒤 나선 타석에서도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잡히고 말았다. 8-12, 4점 차에서 베츠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든 7회 말 1사 1루에서도 같은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친 타구가 우중간 워닝트랙에서 잡히고 말았다. 맞는 순간에는 담장을 넘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타구가 뻗지 못했다. 계속 우측 담장 앞에서 타구가 야수에게 잡혔다.
이 경기 클라이맥스에서도 맥없이 물러났다. 다저스는 8회 말 공격에서 베츠가 내야를 벗어나는 타구를 치며 주자 2명을 불러들여 11-12, 1점 차까지 추격했다. 난타전 양상 속에 처음으로 역전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2사 뒤 오타니가 타석에 섰다. 슈퍼스타다운 타격이 기대됐다. 하지만 상대 투수 로버츠 수아레스를 상대로 평범한 1루 땅볼에 그쳤다. 이닝 종료. 다저스는 9회 초 수비에서 매니 마차도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고, 결국 11-15로 졌다.
오타니는 2차전을 앞두고 큰 시련을 겪었다. MLB 진출 뒤 동고동락한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고, 그가 오타니의 자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진 것. 오타니는 2차전을 앞두고 그라운드 워밍업도 하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함구하기도 했다.
오타니는 이런 상황에서 나선 2차전에서도 웃지 못했다. 1차전에서 안타 2개를 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시점에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