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토트넘 간 계약 만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국 현지에선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자칫 재계약 협상이 난항이라도 겪으면,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그랬던 것처럼 결별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떠나지 않도록 빨리 재계약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국 매체 더부트룸은 7일(한국시간)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오랫동안 토트넘 구단을 위해 여러 좋은 일을 해왔지만, 일부 결정에 대해서는 종종 비판을 받기도 했다”면서 “그중 하나는 지난해 여름 계약 마지막해에 접어든 케인을 이적시켜야만 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케인은 토트넘과 계약을 1년 남겨둔 시점에 토트넘 구단의 재계약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결국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토트넘 구단 입장에선 계약을 1년 남겨둔 케인을 이적시키지 않으면 자칫 계약이 끝난 뒤 단 한 푼의 이적료도 받지 못한 채 떠나보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토트넘은 9500만 유로(약 1393억원·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의 이적료를 받고 팀의 상징적인 선수였던 케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현지에서 지난해 케인과 결별을 떠올리는 이유는, 곧 손흥민 역시 토트넘과 계약 마지막 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내년 6월 계약이 만료된다. 만약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면, 손흥민은 내년 여름 토트넘과 계약을 마친 뒤 자유계약 신분으로 새로운 팀을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이 떠나는 대가로 이적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올 시즌 팀의 주장으로 선임돼 팀을 잘 이끌고 있는 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15골·8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토트넘 입장에선 반드시 잡아야 할 핵심 선수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올 시즌 득점은 물론 공격 포인트 수에서도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케인이 떠난 뒤 새롭게 원톱으로 자리를 옮긴 뒤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토트넘이 올여름 케인의 대체자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측면 자원을 영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원톱 손흥민’의 존재감이 깔려 있다.
자연스레 현지에선 최대한 빨리 손흥민과 계약을 연장해 불안요소를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케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레비 회장의 실수가 손흥민에게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매체 역시 “손흥민도 이제 계약 기간이 1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케인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며 “레비 회장은 최대한 빨리 손흥민과 새로운 계약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케인이 떠나고 1년 만에 손흥민마저 잃는 건, 특히 손흥민이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더구나 아시아 최고 스타이자 월드클래스 공격수인 손흥민의 상황은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계속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이적료는 물론이고 손흥민에게도 엄청난 연봉 등을 안겨다 줄 수 있는 리그이기도 하다. 자칫 손흥민이 떠나지는 않을까 영국 현지에서도 불안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그나마 손흥민이 토트넘 구단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큰 선수인 데다, 여러 차례 중동 이적설에 선을 그어왔다는 점은 토트넘 팬들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재계약 협상이 더뎌지거나 재계약 과정에서 합당한 대우가 보장되지 않으면 손흥민 역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카폴로지에 따르면 손흥민의 현재 주급은 19만 파운드(약 3억 3000만원)로 팀 내 1위지만, EPL 전체를 돌아보면 많은 수준은 아니다.
예컨대 북런던 더비 라이벌인 아스널에는 손흥민보다 더 많은 주급을 받는 선수가 6명, 첼시엔 5명이나 있는 등 EPL 전체로 보면 손흥민의 주급 순위는 30위 정도다. 케인의 경우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뮈헨으로 이적하면서 주급이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