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 숨통 틔워줄 박지훈, "(허)웅이 형 못 막을 것 같지만..."
안양 KGC 가드 박지훈이 군 복무를 마친 후 팀에 복귀한다. [사진 KBL] 프로농구 선두권 싸움을 벌이는 안양 KGC의 숨통을 틔워줄 박지훈(26)이 복귀한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6월 군팀 상무에 입대한 가드 박지훈은 18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1일 전역했다. 2일부터 민간인 신분이 된 박지훈은 3일 창원 LG와 홈경기부터 검은색 유니폼에서 붉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2021~22시즌 정규리그를 소화할 수 있다.   박지훈은 1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남은 휴가를 몰아 써서 11월 1일 조기 전역했다. 상무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복싱하다 턱을 얻어맞기도 했다”며 웃은 뒤 “11월 2일부터 KGC에 합류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전역하고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했다.   박지훈이 상무에 있는 동안 KGC는 지난 시즌 정상에 올랐다. 시즌 중 합류한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를 앞세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박지훈은 “설린저가 온 후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우승을 축하해주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박지훈은 2016~17시즌 프로 데뷔 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KGC는 2라운드 6연승을 달리는 등 현재 10승 6패로 수원 KT, 서울 SK와 선두권 경쟁 중이다. 그렇지만 주전 선수 의존도가 높다. 리그 평균 출전 시간 상위권에 KGC 선수들이 포진했다. 박지훈의 합류는 선수기용에 여유를 줄 전망. 김승기 KGC 감독도 “박지훈이 합류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올 시즌부터 포인트 가드로 나서는 변준형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박지훈은 입대 전 이재도(LG)와 함께 KGC 앞선을 이끌었다. 박지훈은 “나는 팀 분위기를 리드하는 가드다. KGC 공격과 수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준형이뿐 아니라 나도 상대 팀을 흔들고 부실 수 있다. 준형이랑 함께 하면 상대 팀이 더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KT 소속이었던 박지훈은 지난 2018~19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KGC에 둥지를 틀었다. 트레이드 이적 후 첫 경기였던 2018년 12월 7일 LG전에서 19득점·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우연의 일치로 상무 전역 후 KGC 복귀 경기 상대도 LG다.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마다 LG 상대로 첫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3일 LG와 경기를 치른 후 5일 원주 DB와 경기를 갖는다.   박지훈은 1일 TV로 LG와 DB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LG는 이재도와 이관희 등 빠르고 공격이 강한 선수들이 있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수비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39득점을 폭발한 허웅(28·DB)에 대해서는 “장난이 아니더라. 너무 잘해서 막을 수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우리 팀에 변준형, 문성곤, 전성현 등 수비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걱정은 안 된다”고 했다.   박지훈은 “예전부터 'I trust myself(나 자신을 믿는다)'라는 말을 좋아했다. 어느 곳에서나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그렇다. 복귀 경기도 나를 믿고 자신감 있게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영서 기자 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2021-12-02 11:24
"원사이드하게 끝냈어야..." 높이 앞세운 오리온, KGC에 진땀승
사진=KBL   고양 오리온이 지난 시즌 리그 챔피언 안양 KGC를 꺾고 2021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조별리그 첫 승을 거뒀다.     오리온은 14일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KGC를 89-79로 이겼다. 오리온은 지난해 컵대회 우승팀, KGC는 2020~21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이다.     이날 두 팀 모두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했다. 오리온은 토종 센터 이종현과 올라운더 빅맨 이승현이 버티고 있어 오세근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 KGC에 비해 골 밑이 강력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KGC의 외곽포에 밀려 고전했다. KGC는 177㎝의 단신 슈터 우동현이 외곽에서 폭발했다. 우동현은 이전까지 프로 한 경기 최다 3점 슛 기록이 2개에 불과했는데, 이날 오리온을 상대로 3점 슛 9개를 터뜨렸다. 4쿼터 중반 종아리에 쥐가 나서 벤치로 물러나기까지 우동현은 31점 5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KGC의 자유분방한 공격과 펑펑 터지는 외곽포에 좀처럼 달아나지 못하다가 3쿼터 이후에야 수비를 정비하면서 승기를 굳혔다.     오리온의 이승현은 27분을 뛰면서 16점 7리바운드로 골 밑을 지켰다. 이종현은 18분간 13점 8리바운드를 올렸다.     이종현은 슛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2점 슛 14개를 던져 6개를 성공시켰고(성공률 43%), 자유투 3개 중 1개만 성공시키는 등 난조를 보였다. 지난 시즌 도중 오리온으로 트레이드됐던 이종현은 큰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 여파 등으로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종현은 경기 후 “상대 높이가 낮았기 때문에 원사이드하게 끝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여름 내내 운동을 많이 했고, 슛 연습도 많이 했다”고 앞으로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열릴 예정이던 D조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삼성 경기는 삼성 선수단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현대모비스의 20-0 몰수승으로 끝났다. 삼성의 불참으로 현대모비스는 한 경기도 치르지 않고 4강에 직행했다.     김영서 인턴기자    
2021-09-14 16:24
보스턴서 데려온 ‘코트의 일타강사’ KGC 설린저
프로농구 KGC 설린저(가운데). 그는 한 수 가르치듯 차원 다른 활약을 펼쳐 설선생이라 불린다. [사진 KBL]  “설 선생(Teacher Seol)? 별명이 정말 마음에 든다.”   22일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한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29·2m4㎝)는 별명을 전해 듣고는 웃었다.     설린저는 요즘 KGC 팬 사이에서 ‘보스턴 출신 설 교수’, ‘보스턴에서 온 일타강사 설 선생’이라 불린다. KGC가 9일 크리스 맥컬러를 내보내고 설린저를 데려왔다. 그는 미국 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출신답게, 한 수 가르치듯 차원 다른 활약을 펼쳤다.   설린저는 전날(21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28점·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뛴 5경기에서 평균 23.6점·10.4리바운드다. 최근 4경기 연속으로 ‘20(점)-10(리바운드)’을 기록했다. 2연승의 KGC(26승 22패)는 3위 고양 오리온과 반 경기 차 4위다.   설린저는 “아버지가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지역 고등학교 농구 코치였다. 어머니는 지금도 수학 교사다. 두 분 다 선생님이다 보니 팬들이 ‘설 선생’이란 별명으로 부르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설리’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농구선수 출신인 할아버지 닉네임을 이어받았다.     NBA 보스턴 셀틱스 시절 설린저.[AP=연합뉴스]  이름값만 보면 한국에 올 선수가 아니다. 설린저는 2012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이 1라운드(전체 21순위)에 지명했다. 2014년 1월 토론토 랩터스전에서 25점·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보스턴 선수로는 2007년 케빈 가넷 이후 첫 20-20이었다. 2013년부터 3시즌 파워 포워드로 평균 12.3점을 기록했다. NBA 통산 269경기를 뛰었다. 2016년 토론토와 1년 계약에 600만 달러(67억원)를 받았다.   김승기 KGC 감독은 “명성으로는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던) 오카포 다음이다. 설린저는 공백기(2019년 이후)에 허리를 수술했다. NBA 시절 몸무게가 130㎏대였고 부상이 잦았다. 지금은 116㎏으로 감량했다”고 전했다. 설린저는 “코트에 돌아오기 위해 2년간 재활에 힘썼다. 체중을 많이 줄였는데, 선수로 오래 뛰기 위해서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쌍둥이 딸(제렛 주니어, 젬마)이 코트 복귀의 원동력이다. 딸들을 부양해야 하니까”라며 웃었다.   설린저의 몸 상태는 가장 좋을 때의 70% 정도다. 그래도 김 감독은 “클래스가 다르다. (2016~17시즌 KGC 우승 멤버) 데이비드 사이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자랑했다. 설린저는 영리하게 경기한다. 슛을 쏠 때는 쏘고, 동료 쪽이 비면 패스를 착착 넣는다. KGC 선수들은 “설린저와 같이 뛰니 정말 재미있다”고 칭찬했다.    KGC 설린저와 전성현.[사진 KBL]  KGC는 리바운드가 10팀 중 9위(35.9개)로 처져 있다. 설린저가 온 뒤로는 오세근과 함께 더블 포스트를 구축했다. 장신인데 3점 슛도 경기당 2.4개나 넣었다. 설린저는 “빅 오(오세근), 저스틴(전성현), 영보이(변준형) 등 동료들이 도와주고, 감독도 내 농구를 믿고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벌써 구단 모기업(KGC인삼공사) 자랑까지 한다. 설린저는 “경기 전 항상 홍삼을 먹는데 좋아한다. 맛있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부터 코트에 나와 슈팅 훈련하는 그는 “신인 때 베테랑 케빈 가넷이 ‘일찍 나와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해줬다. 자신 없었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 내 농구 인생을 동료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3-23 09:47
승부처서 빛난 변준형, KGC 단독선두 이끌었다
키 1m88㎝ 변준형은 김선형·허훈을 이을 공격형 가드로 주목 받는다. [사진 KBL]  13일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전주 KCC 경기 4쿼터 종료 2분 31초 전. KGC 변준형(24)이 KCC 송교창과 일대일 대결에서 레이업에 성공해 74-68을 만들었다. 조금 전 전달한 작전 지시가 적중하자 김승기 KGC 감독은 ‘물개 박수’를 쳤다.   KGC가 2020~21시즌 홈 경기에서 KCC를 83-79로 꺾었다. 공동 선두끼리 맞대결에서 승리한 KGC는 5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12승7패)로 올라섰다. 올 시즌 KCC전 2연패를 끊었고, 10개 팀 가운데 처음으로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했다. KGC 라타비우스 윌리엄스(25점·11리바운드)와 이재도(22점)가 공격을 이끌었고, 변준형(13점·4어시스트)이 승부처에서 빛났다.   1쿼터에 11점 차로 끌려갔던 KGC는 2쿼터 윌리엄스의 공격이 활기를 띠면서 40-38로 경기를 뒤집었다. 변준형은 멋진 패스로 윌리엄스와 앨리웁 덩크를 합작했다. 59-58에서 시작한 4쿼터, 공동 선두팀답게 접전을 이어갔다. 74-71에서 변준형이 또 한 번 윌리엄스의 앨리웁 슛을 도왔다.   이정현의 3점포 등으로 KCC가 2점 차(78-80)까지 따라붙었다. KCC의 추격을 따돌린 건 4쿼터 종료 12.6초 전.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어낸 변준형은 1개를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승기 감독은 올 시즌 승부처에서 외국인 선수 대신 변준형에게 기회를 준다. 일대일 공격을 펼칠 공간을 열어주는 아이솔레이션 작전을 구사한다. 변준형은 과거 기아차 가드 강동희처럼 순간 스피드가 빠르다. 김선형(32·서울 SK), 허훈(25·KT)을 이을 공격형 가드로 주목받는다.   팬들은 변준형에게 ‘코리안 어빙’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미국 프로농구(NBA) 카이리 어빙(28·브루클린 네츠)에 빗댔다. 변준형은 “내가 워낙 드리블을 못 해서, 어빙처럼 멋진 드리블을 하고 싶었다. 요즘도 매일 어빙 동영상을 수십 번씩 보며 연구한다”고 말했다.     변준형 어깨를 두드려주는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 [사진 KBL]2018~19시즌 신인왕 출신인 변준형은 프로 3년 차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2.5점, 4.1어시스트를 올렸다. 지난 시즌 기록(7.3점, 2.4어시스트)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뺏고 또 뺏는 농구’를 구사하는 김승기 감독은 공격만 잘하던 변준형에게 스틸을 가르쳤다. 변준형은 이날 스틸 6개로 승부의 분수령마다 분위기를 바꿨다.     김승기 감독은 “준형이가 일대일이 아주 좋아졌고, 리딩도 늘었다. 마지막 클러치 타임 때 책임감을 갖게 하고 있다. 슈팅은 더 발전해야 하고, 좀 더 공을 오래 갖고 플레이해야 한다. 목표가 있다. 내 손으로 직접 국가대표 가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97년 아시아선수권에서 국가대표 가드로 뛰었다.   KGC 오세근은 경기 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4쿼터는 쉬었다. 공백을 노장 양희종(36)이 결정적인 3점 슛으로 메웠다. KGC 이재도도 최근 맹활약 중이다. 전창진 KCC 감독도 “변준형과 이재도를 막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윌리엄스는 2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서울 삼성은 울산 원정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71-70로 꺾고 공동 7위(9승10패)가 됐다. 삼성 임동섭이 19득점 5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12-14 08:33
순간 스피드 강동희급…‘코리안 어빙’ 변준형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 변준형. [사진 KGC 인삼공사]올 시즌 초반 프로농구 팬들 사이에서 ‘핫’한 선수가 있다. 안양 KGC 인삼공사 가드 변준형(24·사진)이다. 그는 지난달 10일 서울 삼성전에서 어시스트 17개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부산 KT전 2차 연장에서는 결승 레이업슛을 넣었다. 드리블하다 한발 물러서며 던지는 스탭백 슛도 일품이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데도 4쿼터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최근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변준형은 “감독님이 ‘실수해도 괜찮으니 끝맺음하라’며 믿어주신다. 컨디션만 좋으면 ‘개인기를 선보일 시간’이라 생각하고 즐기려 한다”며 웃었다. 김승기(48) 인삼공사 감독은 “저 몸(1m88㎝, 90㎏)에서 순간 스피드는 과거 강동희 선배 정도다. 미들슛과 투맨 게임만 보완하면 어마어마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삼공사 김승기(오른쪽) 감독이 변준형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KBL]변준형은 2019년 신인왕으로, 프로 3년 차다. 올 시즌 9경기에서 평균 12.9점, 4.8어시스트다. 지난 시즌(7.3점, 2.4어시스트)의 두 배다. 그는 “자신 있게하자고 마음먹었다. 지난 시즌 손목 골절로 28경기밖에 못 뛰었다. 비시즌에 훈련을 많이 했다. 내 그림자를 수비수라 생각하며 놀이하듯 크로스오버 드리블도 한다”고 말했다.   원래 포워드였던 변준형은 고교(제물포고) 시절부터 스몰 포워드와 슈팅가드를 봤다. 드리블을 보완하려고 미 프로농구(NBA) 카이리 어빙(28·브루클린 네츠) 영상을 수없이 돌려봤다. 그는 “어빙처럼 멋진 드리블을 하고 싶었다. 매일 수십번씩 보며 연구한다”고 전했다. ‘코리안 어빙’이란 별명도 생겼다. 변준형은 “과분한 별명이라 부담스러웠다. 나중에는 그렇게 불릴 리 없으니 즐기려고 한다”며 웃었다.   인삼공사는 2017년 이정현(전주 KCC)과 함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변준형은 “팀에서 이정현 선배 같은 선수가 되길 기대했다. 올 시즌 2~3점 차로 진 경기가 있다. 고비만 넘기면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다.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11-02 09:34
‘모험’ 택한 KGC의 승부수 ‘성공’이란 마침표 될까
"사익스만 있었다면 이미 우승했다." 김승기(45)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눈빛이 우승을 향한 열망으로 번뜩였다. 한국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모험'을 시작한 만큼 무조건 끌고 가겠다는 일념 말고는 그 어떤 마음도 없는 듯했다. 서울 삼성썬더스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앞둔 지난달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였다. KGC인삼공사는 이날 열린 경기에서 81-72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로써 KGC는 단 1승만 더하면 우승컵을 안을 수 있게 됐다. 역대 4차전까지 2승2패로 동률을 이뤘던 팀이 5차전에서 3승(2패)에 선착했을 경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확률은 77.8%에 달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목전에 둔 김 감독은 "선수들이 디펜스 등 주문했던 것들을 잘해 냈다. 내용이 좋았다. 이렇게만 한다면 6차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바람과 달리 6차전 승부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전망이다. 선수단의 체력이 떨어진 상황 속에서 서울의 홈그라운드인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옮겨 치르기 때문이다. 상대 팀 팬들의 일방적인 야유와 응원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외부적인 적이다. 문제는 내부적인 적도 있다는 점이다. KGC인삼공사는 오로지 6~7차전만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그런데 이 영입 선수가 '보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 KGC '무모한 모험? 새로운 옵션'    KGC인삼공사는 지난달 29일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키퍼 사익스(25)를 대신해 카타르 리그 출신의 마이클 테일러(31)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정규리그였다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 그러나 챔피언결정전 도중 외국인 선수를 바꾼 사례는 역대 프로농구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추고 사인을 익히기 위해서다. 때문에 한국 리그를 경험한 바 없는 외국인 선수가 오자마자 챔피언결정전이라는 큰 시리즈에 바로 투입돼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 실수를 저질러 팀워크를 흔들고 역효과만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GC인삼공사의 모험을 '무모함과 열정 사이'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스포츠계에는 "팀이 잘 나갈 때에는 선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약간의 욕심 때문에 변화를 택했다가 팀 밸런스만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금전적 손해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단기'라고 할지라도 용병을 데려오는 데 비용이 든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특히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힘을 보탠 사익스와 내년 시즌 계약을 약조했다. 김 감독 역시 "내년에도 사익스와 99% 함께 간다"고 공언했다. 결국 구단은 새 외국인 선수를 적게는 6차전 1경기, 많게는 6~7차전 2경기만을 위해 돈을 들여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김 감독과 구단은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비운 채 결정전을 치르기보다 한 명이라도 있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만약 테일러가 6차전에 들어가 시원찮은 경기력을 보여줄 경우 과감하게 빼면 된다는 것이다. 자칫 무모한 모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새로운 옵션으로 돌린 것이다. 금전적 부분은 손해가 아닌 투자로 생각하면 된다. 김 감독은 "지금 선수들이 지쳐 있다. 테일러가 투입되면 선수단의 체력 관리에 힘이 되고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면서도 "만약 테일러가 적응을 못해서 경기중 실수가 나온다면 시간을 많이 줄 생각이 없다. 상황 맞춰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새 용병으로 선수단 결집효과까지 얻은 KGC 새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선수단 내부에 또 다른 결집효과까지 내고 있다. 사령탑과 팀이 모험을 택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선수단 전반에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욱 두텁게 쌓이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5차전에서 데이비드 사이먼(35·20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과 오세근(30·20점 9리바운드), 이정현(30·17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활약에 힘입어 승전고를 울렸다. 경기 뒤 만난 사이먼과 오세근은 나란히 부상을 입은 사익스 얘기부터 꺼냈다. 사이먼은 "사익스가 올 시즌 내내 팀을 위해 열심히 뛰면서 도와준 선수라는 것을 다들 알지 않는가. 사익스의 빈 자리는 우리 팀이 하나로 뭉쳐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전에서 좌측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던 KGC 오세근. [사진=서지영 기자] 오세근은 진통제 투혼까지 발휘했다. 지난 4차전에서 왼쪽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어 꿰맨 채 5차전에 나왔다. 오세근은 "4차전에서 1쿼터를 시작하자마자 삼성 (문)태영이형 유니폼에 손이 걸리면서 찢어졌다"며 "안쪽에 세 바늘, 바깥쪽에 다섯 바늘을 꿰맸다. 지금도 아프다"고 했다. 오세근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사익스가 빠진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채우고 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8)와 마이클 크레익(26) 등 수준급 용병 두 명을 보유한 삼성을 상대로 KGC인삼공사가 근소한 우위를 점한 데에는 오세근의 역할이 컸다. 그는 "과거 내가 아팠던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원정 경기장의 분위기에만 휩쓸리지 않는다면 6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으로서는 무모한 모험을 도전으로 바꾼 KGC인삼공사의 변화가 부담스럽다. 이상민(45) 삼성 감독은 새 용병인 테일러를 두고 "사익스와 비슷한데 슛은 더 좋다. 스카우트 팀의 평가도 좋아서, 그것만 들으면 우리가 막지 못할 선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약점도 지적했다. 바로 팀워크다. 이 감독은 "팀 플레이가 변수다. 테일러와 KGC 인삼공사와의 농구 궁합이 잘 맞으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6차전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2일 6차전으로 넘어갔다. 모험을 택한 KGC인삼공사가 많은 우려를 딛고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안양=서지영 기자  
2017-05-02 07:00
MUST CLICK!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