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22일(한국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쉴 틈이 없다. 곧바로 중국과의 '축구 전쟁' 3연전이 시작된다.
이미 23일 펼쳐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 전북 현대-상하이 상강 전(중국)에 이어 FC 서울-산둥 루넝(24일·서울) 전의 2연전과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한국-중국의 A매치가 그것이다.
이번 3연전 가운데서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기선 제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중국은 언제나 한 수 아래의 상대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도로 '축구굴기(蹴球?起)'를 앞세운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호시탐탐 한국을 넘어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앞서 열리는 ACL 2연전은 A매치의 열기를 돋우는 애피타이저다. 양국 모두 '메인 디쉬'는 최종예선 1차전이다.
공한증에 시달려온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로 '타도 한국'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고지대 쿤밍에서 체력 향상을 위해 전지훈련을 치르는가 하면, 자국 슈퍼리그 일정도 미루고 대표팀을 조기 소집했다. 승리수당과 복지도 대폭 강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추미(중국 서포터스)로 가득 채워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겠다는 계획이다. 벌써 티켓도 1만5000장 이상 사들였다. 한국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리가 없다. 당장 '상암벌 사수'에 나섰다. 동아시아 맹주의 자존심이 걸린 '축구 전쟁'다운 신경전이다.
◇중국의 치밀한 준비 그리고 축구 굴기
공한증의 역사는 깊다.
중국 축구대표팀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이 단어는 오랫동안 양국간의 '축구 지형도'를 설명할 때 사용돼 왔다. 동아시아 축구 판도에서 한국은 언제나 중국을 압도했고, 2010년 당한 단 한 번의 패배를 제외하고는 승승장구했다.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축구의 맹주 자리를 다툴 때 중국은 공한증을 이겨내지 못한 채 늘 한 수 아래의 상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랬던 중국이 변화를 꿈꾸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잘 알려진대로 시진핑(63) 국가 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축구굴기'다. 시 주석은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 "내겐 3가지 소원이 있다. 첫 번째는 중국 축구가 월드컵에 다시 한 번 진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월드컵 우승"이라고 각별한 축구 사랑을 얘기한 바 있다. 오죽하면 국가 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축구 발전 중장기 규획'을 주관하며 '축구굴기'에 힘쓰고 있을 정도다.
'축구굴기' 덕분에 중국 슈퍼리그는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외국 슈퍼스타를 사들이며 성장하고 있다. 니콜라스 아넬카, 콘카, 엘케손, 알렉스 테세이라, 헐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들이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거나 거쳐 갔다. 경기장은 유럽 리그 못지않게 많은 관중과 뜨거운 열기로 뒤덮이며 확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팀이 아닌 대표팀에 있다.
투자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프로팀과 달리 중국 대표팀은 여전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을 끝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간 적이 없고, 자국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에서도 한국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중국 국민들이 프로팀에 비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자국 대표팀에 비난을 쏟아내는 이유다.
결국 중국은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드시 본선 진출을 이뤄내야 '축구굴기'의 명분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종예선 첫 경기가 '공한증' 상대인 한국이다보니 의욕도 한껏 고취된 상태다.
중국축구협회도 이번 '한중전'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일찌감치 대표팀을 불러들여 고지대 쿤밍에서 체력 향상을 위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슈퍼리그도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21일 이후 리그 일정을 연기하고 대표팀을 조기소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여기다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올리기 위해 승리수당 및 포상금 등 금전적인 보상 규모를 확대했고, 복지 지원도 적극적으로 약속했다. 무엇보다 원정에서도 '홈 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도록 1차전 한국과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중국 응원단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 원정 응원단은 물론이고 한국 내에 거주하는 중국인 교포와 유학생들을 총동원해 상암벌을 '짜요(힘내라)'로 뒤덮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이 의욕적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피가 끓어오르는 쪽은 한국이다. 그라운드 안의 축구 전쟁뿐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 펼쳐질 치열한 응원전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겨야 하는 중국'과 '질 수 없는 한국'의 팽팽한 기싸움 속에 한중전의 열기도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