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이 고의적으로 자사의 크리스탈 블루 드럼세탁기 ‘WW9000’의 도어에 힘을 가해 힌지(도어와 본체를 연결하는 부품)을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LG전자는 "삼성 제품이 약해서 부숴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삼성전자의 말 처럼 고의적으로 파손했을까, 아니면 LG전자의 주장처럼 세탁기 자체의 결함일까. 기자가 직접 문제의 세탁기 도어를 테스트해봤다.
기자는 1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7층 가전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논란의 WW9000 드럼세탁기 도어를 직접 손으로 밀고 눌러봤다.
삼성 세탁기는 '크리스탈 블루'로, 문짝과 본체를 연결하는 힌지가 1개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통상 드럼세탁기의 힌지는 2개인데 비해 이 제품은 1개다. 이 때문에 문짝 지지력이 약할 수 있어 삼성전자는 힌지 부분의 강도를 높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5kg의 무게로 1000회 이상의 실험을 거친다고도 했다.
그러나 세탁기 파손이 벌어진 독일 슈트글리츠 매장의 CCTV 화면에서는 80㎏에 육박하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 무릎을 굽혀가며 문짝을 눌러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삼성전자는 주장했다.
대한민국 평균 여성 신장보다 조금 큰 기자가 실제로 세탁기의 도어를 밀어보니 보통 120~130도 열리는 타 모델과 달리 170도까지 활짝 열려 기존 모델과 설계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손으로 힘을 주어 밀고 눌러보니 힌지 부분에서 약간의 쿠션감이 느껴졌다. 옆에 전시되어 있는 삼성전자의 힌지가 2개인 모델에 비해 특별히 취약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LG전자의 주장처럼 고의성이 없이 손으로만 눌렀는데 부러지거나 휘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170도까지 열린다는 도어를 '180도 이상 얼마나 꺾어지나 알아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보지 않는 이상 부러지거나 파손될 위험이 낮아보였다.
같은 층에 있는 LG전자 드럼세탁기도 비교해 보았다. 모두 두 개의 힌지를 갖춘 제품들이었으며, 힘을 주어 도어를 밀었을 때 삼성전자 세탁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딱히 더 견고하다거나 더 약하다는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LG전자 제품들 역시 도어를 180도 이상 열기 위해 힘을 주면 파손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의도적으로 힘을 주지 않으면 파손될 가능성이 낮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세탁물을 꺼낸다"라며 "모든 사람들이 얌전하게 세탁물을 꺼내는 것이 아니다. 그 중 한 가지 사례를 가정해 도어를 눌러보는 실험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독일 현지 매장은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누구든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탁기 사건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에 배당되어 검찰이 조사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독일에서 파손 세탁기를 국내로 들여와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