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후반기 거둔 성적은 2승 2패. 평범한 성적이지만 위안 거리는 있었다. 에이스 김광현(26)이 건재를 과시했고, 새 외국인 투수 밴와트(28)가 두 번째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승리를 챙겼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불펜투수 윤길현(31)도 반갑다. 특히 지난 26일 넥센전은 선발 김광현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윤길현과 새 마무리 투수 울프(32)가 한 점차 승부에서 승리를 지키며 2-1로 승리해 향후 계속 이어져야 할 승리 공식을 선보였다.
그러나 마운드는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더 많다. SK는 28일 넥센전에서 1회에만 대거 7점을 득점을 하고도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김대유(23)가 2⅓이닝 만에 2실점으로 물러났고, 이어 등판한 불펜진도 난조를 보였다. 시즌 26번째 역전패. 이미 전반기 내내 보여준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과 불펜진의 추가 실점은 이날도 여전했다.
SK는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이 잦다. 선수 개인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사령탑의 투수 교체 타이밍도 빠른 편이다. 지난 16일 한화전 선발 채병용(32)의 경우 1회보다 2회 더 난조를 보여 이해할만한 교체였다면, 전날(15일) 경기에서 2이닝 동안 2실점을 했던 박민호(22)는 조기강판을 시킬 만큼 나쁘진 않았다.
투수 교체는 감독 고유의 권한이자 팀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다. 그러나 결과가 안 좋았다. '혹사' 논란이 있을 만큼 과부하가 걸린 불펜진의 조기 투입으로 이어졌고, 떨어진 체력만큼 약해진 구위로 실점을 피할 수 없었다. 올스타브레이크에 이어 휴식기까지 맞아 체력을 보충한 SK 불펜진이지만 4달 가까이 쌓여온 피로가 쉽게 풀리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향후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 소화해주는 것, 또는 하도록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무리 투수로 전환한 울프의 기용 타이밍도 관심사다. 울프는 지난 24일 두산전에서 팀이 7-0으로 크게 앞서던 9회 등판했다. 실전 감각 회복 차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26일 넥센전에선 2-1로 앞선 9회 나와 제 몫을 다하고 올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반면 28일 경기에선 8-10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진해수-전유수-윤길현이 등판한 이후였기 때문에 등판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을 수 있었다.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기존 마무리 투수 박희수(31)가 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하는 경우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고 접전 상황이라면 최소한 동점에 등판했다는 점에서 울프와 차이가 있다.
이만수(56) SK 감독은 울프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면서 "불펜진이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에 최대 2이닝을 소화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 감독의 기용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울프는 마무리 투수가 아닌 '마지막에 나오는 투수'가 될 수도 있어보인다. 이는 결국 울프의 체력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선발 투수로 나서면서 일정한 간격에 등판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울프는 이 감독이 직접 언급한 후반기 팀의 클로저이자 키플레이어다. 보직에 맞는 관리가 이뤄져야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때 최하위에 있던 LG는 벌써 4강을 위협하는 팀이 됐다. 그 원동력은 마운드의 안정이다. SK도 마운드만 안정된다면 충분히 반등을 노려볼 만 한다. 후반기 4경기에서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SK는 오는 8월 1일부터 NC와의 주말 3연전을 통해 본격 시험대에 오른다. 마운드의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