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정규 시즌에서 41홈런을 기록한 타자다. SK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결정짓는 홈런을 때려 내며 리그 대포 거포로 인정받았다. 올 시즌도 페이스가 좋았다. 개막 3연속 홈런을 쳤다. 자신은 "나는 SK의 주축 선수가 아니다"고 자평한다. 이미 타선 무게감을 좌우하고 있다.
현재 시즌 첫 슬럼프다. 지난 3일 고관절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 제외됐고, 4월13일 복귀 이후 출전한 일곱 경기에서는 1할대 타율에 그쳤다. 홈런도 없었다. 반등 발판은 만들었다. 22일 인천 NC전 1회, 상대 선발 박진우로부터 우월 투런 홈런을 때려 냈다. 그러나 선수는 "계속 허덕이고 있다. 홈런도 어쩌다가 나왔다"며 만족하지 못했다.
부진이 길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기준에 못 미쳤고,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도 컸다. 이어진 심적 난조를 다스리지 못했다.
한동민은 "내 메모리가 깨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지난 두 시즌(2017~2018년) 동안 만든 자신의 타격 밸런스와 스트라이크존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공은 보이는데 스윙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조급증이 커졌고 나쁜 공에 손이 나갔다"며 악순환을 짚었다.
팀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SK는 시즌 초반, 팀 타율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강점이던 홈런 생산도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가세 전력에 주목했고 '한동민이 돌아오면 달라지겠지'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복귀 이후 침체가 길어지자 선수는 압박감이 커졌던 것. 사소한 한마디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한동민은 주전 3년 차를 맞는다. 이제 그저 타격이 좋은 선수를 넘어 그라운드와 클럽하우스의 리더로 거듭나 줘야 한다. 압박감을 필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2019시즌 초반에 겪고 있는 부침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선수도 "다 거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타석부터 다른 마음가짐으로 나서려고 한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한 걸음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배우고 있다"며 말이다.
반등한 지난 21일 NC전에 대해서도 "지난 시즌 5월에도 부진할 때 욕심을 내려놓고 비운 마음으로 타석에 서니 좋은 결과가 있더라. 당시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홈런이 나온 것보다는 볼넷 2개를 골라낸 게 더 의미가 컸다. 특히 8회에 나온 두 번째 볼넷은 중요한 추가 득점으로 이어져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더그아웃·클럽하우스에서도 예년과는 다른 자세를 취하려고 한다. 이전에는 페이스가 떨어지면 표정에서 조바심이 드러났다고. 이제는 애써 웃는다. 타석이 아니더라도 분위기 상승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한동민은 "야수조 조장이고, 팀 연차도 중간에 있다. 후배들이 안 좋은 모습을 배우지 않게 내가 달라져야 한다. 선배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자신이 자각하는 팀 내 위치와 코칭스태프나 프런트 그리고 팬의 기대치에 혼돈이 있는 시점이다 그는 "부진한 경기 이후 욕을 먹으면 상처도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제는 비난의 목소리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팀에서 연봉을 크게 올려 주셨다. 더 부담을 가지고,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도 감수하라는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모두 관심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책임감도 절감하기 시작했다.
SK는 지난 주말 3연전을 앞두고 김무관 1군 타격코치를 육성군 총괄로 내려보냈다. 한동민은 "잘 챙겨 주시던 지도자셨다.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반등을 과신하진 않는다. 그러나 몇몇 팀 동료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고, 좋은 흐름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야구를 대하는 태세가 바뀐 선수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