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야 쭈타누깐(24)이 70cm 정도 되는 챔피언 퍼팅을 성공시키자 18번 홀 그린 근처에 있던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23·이상 태국)이 그린을 향해 달려 나왔다.
모리야는 최종 라운드에서 박인비· 고진영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했다. 최종일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2언더파로 나란히 10언더파를 기록한 박인비와 고진영에게 2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156경기 출전 끝에 거둔 감격적인 첫 우승. 1언더파 공동 24위로 먼저 경기를 마친 뒤 언니 조를 따라 다니며 경기를 지켜본 동생 에리야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16번 홀(파4)에서 모리야가 보기를 하면서 고진영이 맹추격을 해오자 두 눈을 가리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언니 모리야의 우승이 확정되자 마치 자신의 우승인양 눈물을 쏟아냈다.
동생 에리야는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해 2016년 태국 선수 최초로 L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7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태국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반면 언니 모리야는 동생보다 2년 먼저 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첫 해에 신인상을 차지했을 뿐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모리야는 동생의 활약에 동기부여가 된 듯 지난해 톱 10에 11번 들면서 상금랭킹 9위에 올라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선두를 달리다 몇 홀을 남기고 중압감으로 무너져 공동 3위에 그치는 등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때마다 동생 에리야가 안타까운 눈으로 언니를 위로하는 모습이 자주 TV 카메라에 잡혔다.
모리야는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기다리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그린을 향해 달려 나온 동생과 포옹을 나눈 모리야의 두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곁에서 지켜보던 자매의 어머니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LPGA투어에서 자매가 우승한 것은 안니카-샬롯타 소렌스탐에 이어 두 번째다. 모리야는 “14번 홀에서 동생을 봤다. 경기를 마쳤는데 쉬지 않고 나와줘 고마웠다. 동생이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었다. 동생은 내게 많은 영감을 준 존재”라고 했다. 에리야는 “언니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떨렸다. 내가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할아버지의 타계로 눈물을 흘렸던 고진영은 마지막 날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할아버지 영전에 바칠 우승컵에 도전했던 고진영은 17번 홀까지 1타를 줄여 10언더파를 기록했다. 마지막 18번 홀(파3)에서 1m 버디 퍼팅을 넣었더라면 파 퍼팅을 압둔 모리야를 압박해 연장전까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내리막 퍼팅이 홀을 지나치면서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조부상을 치른 뒤 투어에 3주 만에 투어에 복귀한 고진영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훈련도, 휴식도 제대로 하지 못해 피로감을 호소한 바 있다. 고진영은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스코어를 신경쓰지 않고 내 경기에 잘 집중한 것 같다”며 “3주 뒤 한국에 돌아가는데 그 전까지 우승을 차지해 할아버지에게 가져다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