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개인 통산 타율 4위(0.320)의 '타격 기계' 김현수(33·LG)는 "올 시즌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개막 후 8월까지 타율 0.293를 기록했다. 통산 타율 0.320에 한참 못 미친다. 주전 선수로 도약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딱 한 번만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했다. 김현수는 한 시즌 최저 타율이 0.291(2012년)였다. 그는 7월 1일 KT전에서 마지막으로 0.301를 기록한 뒤 두 달 동안 타율 2할대를 맴돌고 있다.
그는 "올해 타격감이 계속 좋지 않아 버티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자책했다. 김현수는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햄스트링을 다친 뒤 성적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역시 부상 관리를 못 한 잘못"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5월까지 타율 0.319로 괜찮았지만, 6월 5일 KIA전에서 오른 햄스트링 통증을 느꼈다. 이후 경기에는 나섰지만, 수비는 하지 않고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이런 가운데 점점 장점을 잃어갔다. 김현수는 지난해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369(우투수 0.321, 사이드암 0.292)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좌투수 상대 타율이 고작 0.200밖에 되지 않는다. 우투수(0.333)나 사이드암 투수(0.289)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떨어진다. 결국 시즌 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다.
득점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엔 득점권 타율이 0.446으로 1위였다. 시즌 중반까지 5할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올 시즌은 결승타가 13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지만 득점권 타율은 0.250으로 뚝 떨어진다.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김현수는 후반기 개막과 함께 점점 페이스를 찾고 있다. 8월 좌투수 상대로 0.267, 득점권에서 0.429의 타율을 기록했다. LG는 8월 16경기에서 9승 5패 2무를 올렸는데, 김현수가 결승타를 4차례 기록했다.
주장 김현수는 더그아웃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선두 싸움 중인 선수단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으려 애쓴다. 그는 "잔소리를 많이 한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읽거나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아직은 확실히 떨어진다"며 "열심히 뛰는 건 누구나, 언제나 할 수 있다. 우리 투수의 컨디션은 어떤지, 이에 따라 수비 위치는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에 대해 계속 주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롭게 합류해 타율 0.160으로 부진한 저스틴 보어의 심리적인 부분도 챙긴다. 그는 "책임감이 강한 선수여서 스트레스를 받더라. '처음 상대하는 투수인데 어떻게 잘할 수 있겠냐'고 위로하고 투수마다 장단점을 알려준다"고 귀띔했다.
전반기까지 3번 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후반기 2번 타순에 의도적으로 배치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팀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 타격이 가장 좋은 김현수를 2번에 넣어 초반부터 득점 확률을 높이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 구상은 보어의 부진으로 일찌감치 어그러졌다. 결국 김현수가 4번에 배치됐다. 4번 타순에서 0.425로 활약하며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김현수는 올 시즌 "타격감이 좋았다가 나빴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내가 아닌 다른 선수가 해결하면 마음이 편하다"며 "(햄스트링을 다친 터라) 9번 타자여도 상관없다. 경기에 나가 야구하는 것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