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는 김학래·임미숙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김학래와 임미숙은 80년대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유머 1번지'와 '쇼 비디오자키'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기를 누린 스타 개그맨이다. 특히 임미숙은 당시 동료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는데, 김학래의 열렬한 구애 끝에 이들은 10살의 나이 차이를 넘어 결혼에 골인했다.
나이 차이만큼 다르기도 많이 달랐던 두 사람이다. 6남매 중 막내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임미숙은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을 기대했지만, 장남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와 표현에 서툴고 무뚝뚝한 남편 김학래는 그 기대를 좌절시켰다.
임미숙은 "남편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내가 많이 떠들어서 그런지 남편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학래에게 임미숙은 웃음 그 자체다. 김학래는 임미숙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자기 빛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맞지 않는 성향에 사고까지. 결혼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부터 김학래는 아내의 속을 썩일 때마다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각서를 쓰기 시작했다. 각서는 무려 100여 장. 임미숙은 각서를 하나 하나 공개하며 "엄청 많다. '용서해줘' '정말 용서를 빌어' '내가 나쁜 놈이야' '괜한 반발심으로 잘못을 하고도 잘한 양 행동했어' 난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속 좀 썩였다. 보증도 많이 섰고 아무래도 연예인이니까 남들 안돼서 뭐 사주고 그런 것들 때문에 빚이 굉장히 많았다"며 "좋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방송에서 이야기를 잘 못했다"고 토로했다.
부부는 피자집, 고깃집, 라이브 카페 등 도전했던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했고, 김학래가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까지 연이어 당하면서 수십억의 빚을 안고 파산 위기에 몰렸다. 거듭된 위기로 인해 임미숙은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고 방송 활동마저 접었다.
이후 김학래와 임미숙은 재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김학래는 30여 년간 꾸준히 해온 방송 활동 및 각종 행사 진행, 강연에 부지런히 다녔고, 임미숙은 부부가 새로 창업한 중식당 운영에 전념했다.
자체 개발한 메뉴를 홈쇼핑에 런칭하면서 부부는 연매출 100억 원을 달성, 마침내 10여 년 만에 남은 빚도 다 갚으며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 임미숙과 김학래는 여전히 중식당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아 하며 손님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
김학래는 "잘되는 부업을 보고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 성공한 CEO'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한다. 근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큰 대가를 많이 치렀다"며 "내가 돈을 많이 없앴다. 어떻게 그 큰 돈을 다 없애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근데 웃기는 것은 나는 돈을 어디가서 1원도 못 빌린다"고 고백했다.
임미숙은 "파산 위기였고 어떻게 갚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금액이 워낙 크니까 '오늘 얼마를 벌어 얼마를 갚아야지' 하면 할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성실히 살았더니 갚아지더라. 빚은 60~100억 정도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임미숙은 오랜시간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 김학래는 "아내에게 공황장애가 생겼다. 얼굴도 밝다가도 또 아프더라"며 미안해 했다.
임미숙은 "내가 이 병을 알리지를 못했다. 병원도 못 가고 이게 무슨 병인가가 싶었다. '왜 이렇게 몸이 아프고 힘들고 불안하지?' 싶다가도 또 괜찮아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남편한테도 말하지 못했다. 날 이상한 애로 볼까봐. 대화가 안 됐다. 10년간 병을 숨겼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물론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는 김학래 임미숙 부부다. 최대한 서로를 위하려 하지만 맞지 않는 부분은 지금도 많다. 그러나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낸 만큼 애정과 사랑으로 맞춰가고 있다. 김학래는 "살아보니 여자 말을 들어야 하더라. 여자 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아픔없이 꽃길만 걷길 모두가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