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통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최근 뛰어든 알뜰폰 시장에서 과도하게 보조금을 뿌리거나 불법 영업으로 가입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올해 정부의 불법 보조금 처벌 대상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상습범' LG유플러스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되는 10월을 앞두고 막판까지 시장을 흐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이달 들어 가입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알뜰폰 사업자의 번호이동 실적을 보면 지난달 200여명 수준이던 가입자는 지난 7일 사업 개시 이후 처음으로 700명을 넘어서더니 주말이 반영된 11일과 18일에는 각각 1106명, 1516명을 기록했다.
심지어 평일에도 가입자가 쑥쑥 늘어 13일, 19일에 각각 959명, 975명이었다. 이는 우체국 6개 사업자의 평일 번호이동 실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무려 2배 가량 많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3G 피처폰이나 20개월이 지난 모델 중심으로 과도하게 보조금을 뿌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베가 넘버6', 'G플렉스' 등이 마이너스폰으로 판매되고 있고 '옵티머스뷰3'의 경우 공짜폰으로 나오기도 했다.
특히 불법 영업이 가입자 증가에 한몫 단단히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대리점에서 미디어로그의 알뜰폰 영업까지 같이 하고 있는 것. 실제로 대전시의 한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서 같은 대리점명으로 이동통신과 알뜰폰 사업을 같이 하다가 적발됐다.
이통 자회사 알뜰폰 인가조건에 따르면 모기업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리점은 자회사의 알뜰폰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알뜰폰 업계는 LG유플러스의 불법 영업이 심각하다고 보고 지난 2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했다. 알뜰폰 자회사가 모기업의 영업망을 활용한 증거 자료를 제출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했다.
A업체 관계자는 "신생 알뜰폰 사업자가 기존 이통사의 유통망으로 영업을 하면 어떻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번에 적발된 것이 2건 정도인데 적발되지 않은 것은 더 많을 수 있다"며 "이번에 미래부가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지 않으면 다른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도 따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은 정부의 감시 등으로 이통 시장이 얼어붙어 가입자 확보가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조만간 7일 간의 영업정지를 당할 예정이어서 비상이 걸렸다. B업체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단통법 등으로 이통 시장이 빙하기를 맞자 감시가 덜한 알뜰폰 시장에서 가입자를 모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 이통 시장의 과열 양상이 알뜰폰 시장으로 전이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초반 대기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문제가 됐던 대리점은 계약을 해지했다"며 "한 두 건으로 (시장을 흐린다는 식으로) 침소봉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최근 알뜰폰 사업자 번호이동 실적 (단위 건)
7월31일 8월4일 7일 11일 13일 18일 19일 LGU+ 미디어로그 272 516 705 1106 959 1516 975 우체국 6개 사업자 446 625 584 480 412 545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