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0회 우승, 역대 최다(1567승)의 김 감독은 한화에서 지낸 2년 동안 최하위라는 낯선 경험을 만회하지 못하고 끝났다. 감독 인생에서 가장 뜻대로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2년 연속 최하위와 고난의 시간을 겪은 김 감독은 성찰을 시간을 갖는 '시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김 감독은 10월 초 사직 원정에서 대뜸 '제일 맛있는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어리둥절한 기자를 향해 몇 초 후 "좋은 사람과 가을에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커피다"라고 말하며 사직구장 뒤쪽의 산을 바라봤다. 그 순간만은 승부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감독의 고뇌는 잠시 사라져 보였다.
김 감독은 경기에 진 다음날에는 말수가 줄어든다. 시즌 막판 패배 다음날 경기 전 감독과의 이야기를 짧게 마치자, 김 감독은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먼저 가면 섭섭하지"라고 웃으며 "하지만 헤어진다는 것은 만난다는 것을 기약하는 거라 또 만남이 있으니까"라며 거자필반(去者必返)의 문구로 말했다. 자리를 떠나려는 취재진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시즌 막판에 시즌 초 2군에 내려가 복귀하지 못한 한 선수를 향해서는 "그 친구는 흘러간 노래다", "가요무대다"라는 말로 돌려서 표현하기도 했다.
시즌이 끝난 후 김 감독은 서울 자택에서 지내고 있다. 김 감독은 “2년간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집에서 체력도 보충하고 푹 쉬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좋아하는 제주는 심신의 재충전을 한 후에야 내려가 볼 계획이다. 그만큼 2년간 심적, 체력적으로 지쳤다.
하지만 그는 “한화 감독으로 누가 온대"라며 마지막까지도 한화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김 감독은 제도, 심판 등 프로야구 현실을 가감없이 꼬집었고 소신 발언을 해왔다. 적어도 김 감독이 떠난 자리에서 프로야구 현안에 대해 냉정하게 지적할 감독은 별로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