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전 LG는 유력한 4강 후보, 나아가 우승을 다툴 팀으로 꼽혔다. 에이스 리즈가 부상으로 팀을 떠나긴 했지만 투타 전력이 탄탄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좀처럼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무너진 마운드에 있다. LG는 22일까지 팀 평균자책점 5.46(8위)을 기록했다. 작년 3.72(1위)에서 1.74점이나 치솟았다. LG 투수진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게 리즈의 공백이었다. 리즈는 지난해 10승13패 평균자책점 3.06으로 1선발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LG가 확실한 에이스가 없어 의외로 고전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결과는 걱정 그 이상이다. 마운드의 기둥이 뽑혀 나가자 투수진 전체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올 시즌 LG 선발진의 경쟁력은 지난해만 못하다. 팀 선발승은 고작 2승이다. 류제국이 평균자책점 4.37, 우규민은 평균자책점 5.40으로 안 좋다. 각각 네 차례 등판했는데 아직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리오단은 3패 평균자책점 5.11로 기대 이하다.
리즈의 이탈이 남은 선발 투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기댈 언덕이 사라졌다는 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LG 선발은 '5이닝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던졌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리즈가 없어 자신이 오래 버텨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이런 마음이 투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펜 투수들도 위력이 반감됐다. 리즈는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202⅔이닝을 던졌다. 팀이 기록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55번 중 40%인 22회를 그가 달성했다. 우규민(9회)과 류제국(8회) 신정락(7회)의 퀄리티 스타트를 합한 것과 맞먹었다.
경기당 평균 6⅓이닝을 책임진 리즈의 이탈로 불펜 투수는 그만큼 많이, 자주 던져야 한다. LG는 22일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5.64로 9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소화해야 할 이닝이 늘어나면서 실점 확률도 올라갔다. 불펜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투수는 이동현과 이상열, 봉중근 정도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을 새삼 느끼고 있는 L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