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전신)에 입단한 손현종은 지난 시즌 KB손해보험의 주전 레프트였다. 2018~2019시즌 319점을 뽑아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대한항공에는 같은 포지션에 국가대표 출신 정지석과 곽승석 듀오가 있었지만, 그는 입단 후 처음으로 팀을 옮기기로 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는 "대한항공은 좋은 팀이지 않나"라며 "배우고자 하는 부분도 있었고, 한 번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국가대표 라인업을 자랑하는 대한항공에서 그에게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코트에서 뛰는 것보다 웜업존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이적 후 7경기에 대부분 교체로 출장, 고작 7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한항공의 '살림꾼' 곽승석이 피로 누적과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10일 삼성화재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모처럼 '선발 출장'의 날개를 단 손현종은 펄펄 날았다. 이 경기에서만 17점, 성공률 56.52%를 기록했다. 서브 에이스는 4개나 올렸다.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이날 1~2세트 중요한 승부처마다 해결사로 활약했다. 1세트 21-20에서 곽승석에게 잠시 자리를 내준 그는 25-25에서 다시 투입돼 연속 퀵 오픈 성공으로 첫 세트를 팀에 안겼다. 대한항공은 2세트 5-5에서 손현종이 2연속 서브에이스로 기세를 올리자, 점점 점수 차를 벌려가며 계속 주도권을 갖고 갔다. 선두 대한항공(승점 17)은 3-2로 승리, 2위 OK저축은행(승점 15)과의 격차를 벌렸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손현종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팀에 100% 적응이 안 된 상태다. 그런데도 오늘 경기에서 본인의 몫을 다하며 잘 버텨줬다"고 평가했다.
손현종은 1~2세트(14점)와 3~5세트(3점) 활약이 큰 차이를 보인 점에 대해 "경기 초반에 에너지를 3~4배를 썼다. 후반에 지치지 않았나 싶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당분간 손현종의 출전 시간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는 "곽승석이 무리해서라도 경기에 뛸 수 있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출전 시간을 조절할 생각이다. 당분간 손현종이 더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종이 약점으로 평가받는 리시브 향상과 범실 줄이기가 중요한 과제다.
정지석-곽승석은 오는 1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남자예선전 대표팀 차출이 예상된다. 아무래도 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손현종이 10일 경기와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주전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그 역시 팀 내 입지를 좀 더 굳혀나갈 수 있다.
그는 "대한항공으로 옮기면서 (처음에 백업 역할을) 예상 못했던 게 아니다. 오늘(10일)처럼 기회가 올 때 팀 플레이를 하는 게 내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담이 적어 자신 있게 하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싶다. 그렇다고 정말 잘하려고 욕심부리기 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