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낸 롯데 '도전 듀오'가 여름을 뜨겁게 났다. 훈훈한 가을을 만들 수 있을까.
롯데는 주전 포수이자 주장인 강민호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후반기 4할 승률에 머물며 5강 경쟁에도 밀려있다. 하지만 타선을 지키고 있는 주축 타자 황재균(29)과 손아섭(28)이 후반기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선 나란히 3-4번 타자로 나서며 중심 타선 무게감 저하를 막아냈다. '이름값'을 하고 있는 두 선수는 반전을 노리는 롯데의 희망이다.
지난 시즌 개막 전 만난 손아섭은 "부상으로 경기에 빠져 있을 때가 가장 괴로웠다. 나 자신에게 화도 났다"고 했다. 손아섭은 주전 선수로 올라선 뒤 쉼없이 달렸다. 성적 욕심도 컸다. 하지만 2014년 7월 당한 옆구리 부상 이후 새삼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다. 그라운드를 지켜야 한다고. "타이틀보다 전 경기 출장을 노리겠다"는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실패했다. 7월 당한 손목 부상으로 한 달 넘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힘든 개인사도 겪었다. 성적도 평범해졌다. 타율 0.317·13홈런·54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이전 3시즌 동안 최다 안타, 타격 부문 최상위권을 지키던 타자다.
올 시즌은 지난 2시즌 동안 남긴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낼 기세다. 손아섭은 지난달까지 팀이 치른 117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했다. 조원우 감독이 "고맙다"고 할 정도. 타율 0.315·12홈런·60타점을 기록했다. 현재 리그 타격 5걸 모두 3할 5푼 대를 넘겼다. 리그 전체로 보면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갈수록 뜨겁다. 후반기 치른 35경기에선 타율 0.348·OPS(출루율+장타율) 0.938를 기록했다. 모두 팀내 최고 성적이다. 8월 마지막 10경기에선 타율 0.436. 멀티히트만 6번이다. 특히 개인 통산 가장 많이 나선 '3번 타자'로 돌아와 펄펄난다. 올 시즌은 팀 사정상 리드오프로 나섰다. 5강 경쟁 분수령이던 LG 2연전에서 8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모두가 알던 손아섭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황재균도 4번 타자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5·4홈런·24타점을 기록했다. 득점권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49번 기회에서 15안타·20타점·9사사구를 기록했다. 그 역시 8월 마지막 10경기에서 타율 0.485로 맹타.
홈런은 지난해에 비해 적다. 하지만 체력 저하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던 지난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시즌 전부터 경계하고 준비한 부분이다.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에선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시즌 20호 홈런을 치며 팀 역대 토종 타자 최초로 20-20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커리어 첫 시즌 100타점도 무난해 보인다.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홈런 31개를 기록한 지명 타자가 컨디션 난조로 2군에 있다. 대체 외국인 선수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도 전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팀 공격 지표는 대부분 하위권이다. 현재 롯데가 믿을 구석은 '도전 듀오' 뿐이다. 상승세에 있는 두 선수를 나란히 포진한 것도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황재균과 손아섭은 지난 겨울 나란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포스팅 무응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조롱도 있었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가 여전히 롯데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