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은 한 시즌을 결산하는 자리였다. 각 부문 타이틀홀더가 성과를 인정받았고 MVP와 신인왕이 선정됐다. 다수 선수가 뒷바라지한 가족, 도움을 준 구단과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가운데 수상의 영광을 현장을 떠난 지도자에게 돌린 선수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신인왕을 수상한 강백호(kt)는 올 시즌을 마치고 자진 사퇴한 김진욱 전 kt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언급한 이유를 묻자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줬다. 그래서 성장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인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백호의 타격 훈련을 본 김진욱 전 KT 감독은 노선을 타자로 잡아 줬고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냈다.
강백호는 투타 겸업을 기대받던 선수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타격 훈련을 본 김 전 감독은 노선을 타자로 잡아 줬고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냈다. 외야 수비에 약점을 드러낼 때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며 독려했다. 남다른 정신력도 여러 사연을 통해 소개했다. 그런 배려 속에 역대급 거포 유망주가 탄생했다. 더는 감독과 선수로 호흡하기 어렵다. 강백호는 프로 데뷔 첫해 큰 도움을 받은 지도자를 향해 도의를 다했다.
타격왕이 된 김현수(LG)도 단상에서 지도자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우선 자신을 주 포지션 좌익수가 아닌 1루수로 주로 기용해 비난받은 류중일 LG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다. "감독님의 결정이 맞다. 내년에도 1루가 공석이라면 내가 준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수는 김경문 전 NC감독을 "은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경문 전 NC 감독도 언급했다. 김현수의 타격왕 수상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타격 기계' 면모를 잃지 않았다. 고액 몸값과 이적, 당연히 기대되는 좋은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 의미 있는 성적을 남긴 선수는 초심을 돌아봤다. 그리고 육성선수던 자신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며 리그 대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끈 은사를 잊지 않았다. "두산 시절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말이다. 김 전 감독을 "은인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다 안타와 득점 부문 2관왕을 차지한 전준우(롯데)도 올 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난 조원우 전 롯데 감독을 잊지 않았다. "시즌 초반 컨디션이 좋지 못했는데 조 감독님이 믿고 꾸준히 기용해 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홀드왕을 차지한 오현택(롯데)도 조 감독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진한 성적 탓에 사령탑이 교체되면 선수도 죄책감을 갖게 마련이다. 롯데 두 선수의 수상 소감에서 그런 마음이 전해졌다. 현장 수장과 선수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동고동락하며 쌓은 의리가 있다. 네 선수의 인사는 지금은 현장에 없는 지도자들에게 보람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