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달리는 대한항공도 고민은 있다. 박기원(67) 대한항공 감독은 "가스파리니를 믿는다"고 했다.
2016~2017 V리그부터 3시즌째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밋차 가스파리니(34)는 이번 시즌 활약이 예년만 못하다. 총득점은 302점으로 5위. 부상으로 빠진 아르템 수쉬코(한국전력)와 1라운드 막판 교체 선수로 영입된 펠리페 안톤 반데로(KB손해보험)를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가운데 득점력이 가장 낮다. 득점 1위 리버맨 아가메즈(우리카드·446점)와 크게 차이 난다. 가스파리니는 세트당 득점이 지난 시즌 6.21점에서 이번 시즌 5.21점으로 줄었다. 또한 이번 시즌 공격 성공률은 48.60%로 외국인 선수 5위, 전체 10위에 그친다.
박 감독은 지난 9일 우리카드전 1세트 2-7로 뒤진 상황에서 가스파리니를 빼고, 대신 김학민을 투입했다. 가스파리니는 1세트가 끝날 때까지 벤치를 지켰다. 4세트에서도 잠시 교체된 바 있다. 박 감독은 "가스파리니는 승부사 기질을 지닌 선수다. 그래서 (교체를 통해)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1~2세트를 내준 대한항공은 3~5세트를 연속해서 따내며 하루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대한항공은 정지석과 곽승석의 활약으로 가스파리니의 부담을 덜어 주며 선두권을 줄곧 유지했다. 셋 모두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 다른 팀과 달리 외국인 선수의 의존도를 크게 낮춘 것이 대한항공의 장점이다.
하지만 팀당 1명씩 보유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승부처에서 해결사 본능이 필요하다. 박 감독 역시 "팀을 위해 가스파리니가 더 해 줘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관건은 체력이다. 1984년생인 가스파리니는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특히 개막 직전까지 슬로베니아 대표팀으로 세계선수권을 치르고 와 비시즌 휴식 및 회복 시간이 부족했다. 박 감독은 "가스파리니의 입장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한항공은 2라운드 마지막 경기부터 3라운드 5번째 경기까지 6경기를 치를 동안 2일 휴식 이후 3경기, 3일 휴식 이후 2경기를 소화할 만큼 강행군이다.
이번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 구슬이 가장 적었으나 전체 3순위 행운의 지명권을 얻은 대한항공은 주저 없이 가스파리니를 다시 뽑았다. 당시 박 감독은 "우리팀은 가스파리니를 뽑는 게 당연하다. 1순위가 나왔어도 가스파리니를 뽑았을 것이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지난 시즌 우리팀을 우승으로 이끈 선수다. (드래프트에 나온 다른 선수들과 기량이) 조금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의리를 지켜 줘야 하는 게 대한항공 컬러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박 감독은 "가스파리니를 믿는다. 가스파리니와 함께 우승하는 게 목표다. (교체 없이) 끝까지 간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만일 봄 배구 진출을 일찍 결정지을 경우 가스파리니의 체력을 여유 있게 안배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