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적인 야구팬이 가장 많다는 부산의 야구 열기에 대한 이야기다. 요즈음 롯데의 홈 경기가 열리는 사직구장에는 1만 명이 겨우 넘는 관중이 입장하고 있다. 15일 이웃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와의 경기에는 1만425명이 입장했다. 예전의 뜨거웠던 추억을 갖고 야구장을 찾았다면 '아! 옛날이여'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 시즌 롯데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은데도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정규시즌 개막전에 비로 열리지 못한 데다 실질적 개막전이 된 30일 일요일 경기에조차 2만2530명이 찾는 등 만원 관중(2만8000명)을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롯데를 올 시즌 우승후보라고 평가하는데도 그렇다.
대개 프로야구 관중은 4~5월에 가장 많은 편이다. 봄에 팬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해 시즌 관중 기록은 크게 기대하지 못한다. 부산의 야구 열기는 시즌 관중 136만8995명을 기록한 2012년까지만 해도 뜨거웠다. 그러나 지난 해(77만731명) 전년 대비 무려 44%가 줄어들더니 해가 바뀌어도 부활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홈 9경기를 치른 15일 현재 평균 1만2140명으로 지난해 같은 경기 수와 비교해 7% 감소했다.
부산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우리 기사들은 손님들이 물어볼 것에 대비해 늘 야구 중계를 듣고 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야구 이야기를 하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사직구장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교통체증으로 중간에 내려 달라는 분, 골목길을 찾아 빨리 가달라는 분 등 통닭 냄새 풍기며 야구장 가는 손님이 많았으나 작년부터 거의 사라졌다. 길이 막히는 일이 별로 없을 정도다. 나부터도 1년이면 서너 차례 야구장에 갔는데 지난해에는 한 번도 안갔다. 아무래도 성적이 좋아야 운동장을 더 찾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부산 거리에서 만난 30대 야구팬도 "최근에 야구 이야기를 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질문을 받으니 '그랬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구를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화제가 온통 야구였는데…"라고 말했다.
'구도'(球都) 부산의 야구 열기는 1990년대 초중반 뜨겁게 달궈졌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구장 철문을 무너뜨리고 입장하는 소동이 일곤 했다. 한동안 주춤하나 했더니 2008년부터 부활했다.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부산 팬들의 야구 열기를 일깨웠다. 2008년 4월에는 홈 12게임 중 6번이나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이상욱 롯데 구단 홍보팀장은 "팬들은 홈런 쇼를 좋아한다. 롯데가 달라졌다는 것이 팬들에게 널리 알려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