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대표팀은 지난 17일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경기장에서 펼쳐진 호주와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전 22분에 터진 황의조의 골은 그가 왜 '빛의조'라고 불리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김민재(전북 현대)의 롱패스를 받은 황의조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호주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김민재의 패스를 받기 전 수비를 따돌리는 날카로운 움직임 그리고 한 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원샷원킬'의 결정력, 파울루 벤투호의 원톱 경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알려 주는 장면이다. 벤투호의 원톱은 '황의조'다.
황의조를 제외한 공격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황의조의 빛나는 골결정력은 반가운 일이다. 벤투호 공격진의 무게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호주전에서 벤투호가 보여 준 경쟁력은 크게 없다. 빛의조가 내는 환한 빛에 가려졌을 뿐, 냉정하게 바라보면 문제점투성이였다. 벤투호의 경기력은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황의조의 결정력을 빼면 내세울 것이 없었다.
전반전에서 황의조가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 벤투호의 경기력은 어땠나. 한국은 호주에 완벽하게 지배당했다. 일방적으로 밀렸다. 상대는 유럽, 남미의 강호가 아닌 호주였다. 그런데도 두 팀의 경기력 수준은 너무나 달랐다. 강팀과 약팀의 전형적인 경기를 보는 듯했다. 전반전에서 호주는 슈팅 10개, 한국은 황의조가 골로 연결한 슈팅 1개가 유일했다. 호주의 부족한 골결정력에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지 않았다면 대패를 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호주는 물 흐르듯 이어지는 공격 전개와 짜임새 있는 패스워크를 앞세운 조직력으로 한국을 손쉽게 무너뜨렸다. 개인기에서도 호주가 한 수 위였다. 특히 호주의 측면은 한국의 측면을 아예 무력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빌드업은 호주의 압박에 완벽하게 제지당했다. 호주의 강한 압박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우왕좌왕하며 공을 뺏기던가, 호주의 파상 공세를 가까스로 막아 내는 일로 바쁘게 움직였을 뿐이다.
후반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1골을 내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연합뉴스
황의조의 골이 터지고 난 뒤 후반에는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호주가 지배하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꾸진 못했다. 후반전에도 호주는 슈팅 9개를 더 시도했고, 한국은 3개에 그쳤다. 그것도 황인범(대전 시티즌)과 주세종(아산 무궁화)의 프리킥이 슈팅으로 연결된 것이었다. 즉 한국은 공격 전개에 이은 슈팅 찬스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다. 수비 역시 후반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1골을 내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일각에서 오프사이드 오심 논란을 키웠지만 정심이었다. VAR(비디오 판독)까지 거친 판정이었다.
호주는 한국보다 압도적인 팀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호주는 42위로 53위인 한국보다 조금 앞서 있다. 두 팀의 축구 역사도 대등하다고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결에서 호주와 한국은 달랐다. 호주가 월등히 강했다. 한국이 유럽과 남미의 강호가 아닌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에 이토록 일방적으로 지배당하는 경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 등 주축 멤버들이 빠졌다고 해도 이렇게 밀리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벤투호 주축과 1.5군의 격차가 그만큼 크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핵심 선수들의 그리움만 커졌다. 주축 선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벤투호의 전체적인 경쟁력 강화와 내실 다지기에 실패한 셈이다.
경기 이후 벤투 감독은 패배하지 않았음에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벤투 감독은 "호주가 전반전에 뛰어난 경기를 펼쳤다. 반면 우리는 전반전에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 지난 경기에서 보여 준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고 부족했던 경기력을 인정했다.
벤투호의 1차 목표는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아시안컵이다. 벤투 감독은 59년 만에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호주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 중 하나다. 그들은 골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래도 빼어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한국전을 통해 보여 줬다. 반면 한국은 아쉬움이 더욱 컸다. 이대로라면 우승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