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내년 시즌을 위한 담금질로 이마에 땀이 마를 날이 없는 정수빈(24·두산)이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야구에 대한 자존심과 승부욕 만큼은 팀 내에서 '독종'이라 불리는 그는 올 겨울을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정수빈은 "이제는 정말 내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시즌이었다. 정수빈은 128경기 출장해 6홈런 49타점·타율 0.306을 기록했다. 타격에 관한 모든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다. 프로 데뷔 첫 타율 3할의 기쁨을 누렸다. 수비에서의 실책은 단 1개로 이종욱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는 평가다. 김정준 SBS Sports 해설위원은 "정수빈이 타격을 할 때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공의 힘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타격 밸런스가 잘 맞고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박재홍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정수빈이 이제는 수비와 주루 플레이 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완성도 높은 능력을 보여주게 됐다"고 평했다.
정수빈은 시즌 중 넥센 서건창의 타격폼을 모방하면서 타격 상승세를 탔다. 워낙 폼이 독특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수빈은 "올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한다면 좋은 타격폼을 찾은 것이다. 예전에는 타석에 들어서면 '어떻게 안타를 쳐야하나'라는 고민을 먼저 했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안타가 나오는지 알겠다"면서도 "서건창 선수 타격폼을 모방했다는 것이 너무 이슈가 됐는데, 이제는 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것을 더 이상 서건창 따라하기가 아닌 정수빈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지난달 28일부터 잠실구장에 나와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스트레칭과 캐치볼, 타격훈련까지 가을의 끝자락에 불어오는 찬 바람에도 땀이 날정도다. 그는 오는 5일 일본 미야자키로 떠나는 마무리 캠프에 합류한다. 정수빈은 "군대까지 미뤘는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면서 "내년에는 '정수빈만의 것'을 들고 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