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직접 만든 구단의 프로 도전.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매우 이뤄지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올해 K리그 챌린지(2부)에 참가한 부천도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부천은 K리그 챌린지 개막 직후 4승1무2패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곧 추락하기 시작, 시즌 중반에는 13경기 무승(3무10패·12~24라운드)에 그치는 등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최근 세 경기 동안 2승1패를 거둬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이미 순위는 8팀 중 7위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구 부천SK(현 제주)의 팬들이 직접 만들어 아마추어리그부터 성장한 부천은 한 해 예산이 35억원이다. K리그 챌린지에서도 가장 적다. 메인 스폰서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빠듯한 살림조차 맞추기 힘들었다. 부천 최고 연봉자는 임창균(23) 등 5000만원을 받는 드래프트 1순위 선수들이다. 더 비싼 선수는 영입할 수 없었다. 내년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기미는 없다.
빈곤 속 돌풍을 꿈꾸는 부천은 이미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곽경근 감독은 지난 9월 열흘 일정으로 브라질 출장을 다녀왔다. 내년에 활용할 외국인 선수를 찾게 위해서였다. 5000~6000만원 가량의 낮은 연봉으로 좋은 선수를 찾느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어느 정도 통할 만한 실력의 소유자를 찾아냈다. 부천은 최전방 공격수 위주로 1~2명의 브라질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다. 현재 최다득점자가 6골(공민현)을 넣는데 그친 부천은 브라질 공격수가 결정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시즌엔 K리그 챌린지 4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활용했다.
시즌 내내 골칫거리였던 훈련장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보인다. 부천 선수단은 부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의 인조잔디에서 훈련하고 있다. 인조잔디 중에서도 유독 딱딱한 편이라 푹신푹신한 천연잔디와는 디딜 때 느낌이 다르다. 경기 감각뿐 아니라 체력 문제까지 일으킨 원인이었다. 부천 구단은 시내를 뒤져 잘 쓰이지 않는 낡은 잔디구장을 찾아냈다. 정민 운영팀장은 "낡긴 했지만 훈련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은 K리그를 통틀어 가장 젊은 팀이다. 29명 중 23세 이하 선수가 18명에 달한다. 올해 프로에 데뷔한 선수가 많은만큼 성장 가능성은 높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조금씩 나아질 운영 노하우가 맞물리는 것이 부천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곽 감독이 "내년과 후년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