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경기를 앞둔 중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축구협회가 1만5000여장의 티켓을 미리 구매했고, 이 외에도 중국인 유학생들과 관광객 등이 개별로 티켓을 구해 한국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을 예정이라는 얘기가 일찌감치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중국 관중만 최소 2만명, 최대 3만명 가량 될 거란 얘기다. 그래서 경기장이 "짜요(힘내라)"로 뒤덮일 수 있다는 우려에 '상암벌을 지키자'는 한국 축구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사실 경기 자체는 한국의 압도적 우세가 점쳐진다. 30번의 맞대결이 남긴 17승12무1패의 성적이 증명하듯 경기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는 평가다. 웨이보 등 SNS를 살펴보면 중국 현지 팬들도 승리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열심히 싸워서 0-0 무승부라도 거두길 바란다", "최소한 대패를 당하고 돌아오지 않았으면" 등의 바람이 주류다. 하지만 중국 팬들과 달리 '축구굴기'를 외치는 중국 축구계는 의욕적이다.
중국축구협회는 최종예선을 위해 자국 리그인 중국 슈퍼리그의 일정도 연기했고, 한국전을 시작으로 모든 원정경기에 전세기를 띄워 파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결코 먼 거리가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보장해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표팀 최종 명단과 등번호도 경기 전날까지 공개하지 않는 등 치밀한 연막작전도 함께 펼치고 있다.
중국 언론도 한중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경기 취재를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AD카드를 신청한 취재진만 100명이다. 중국 LeTV는 30여 명의 취재진을 파견해 한중전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계획이고, 중국 중앙방송 CCTV는 중계차 2대와 카메라 8대를 투입해 경기 중계에 나선다. 어지간한 경기의 주관방송사 못지 않은 규모다. 심지어 CCTV와 LeTV 모두 한중전을 앞두고 더 많은 중계차와 카메라를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거절당한 바 있다. 이쯤되면 말 그대로 '물량공세'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 슈퍼리그 1~3부 구단 사장단 53명도 한중전을 보기 위해 총출동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대표팀보다 더 자주 한중전을 치르는 프로구단 사장단 입장에서는 대표팀과 K리그 양쪽을 모두 살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저녁 비행기로 한국에 입국해 31일 아침 전주로 이동, 전북 현대의 클럽하우스 및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을 견학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와 1일 열리는 한중전을 관람할 예정이다. 이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스카이박스석 5개실의 예약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