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형제(강동철·34)는 K-POP계의 입지전적인 파워피플이다. 지난 7년간 굵직한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내며 K-POP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성공스토리의 시작은 지난 2007년 빅뱅의 '마지막 인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손담비·애프터스쿨·씨스타·틴탑·포미닛 등과 작업하며 대한민국 넘버1 프로듀서를 올라섰다.
올해도 메가 히트곡을 쏟아내고 있다. 올 초 씨스타19의 프로듀싱을 맡아 '있다 없으니까'를 만들어냈다. 5월에는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로 정상을 차지했고, 6월에는 애프터스쿨 '첫 사랑'으로 다시 한 번 차트 정상에 올랐다. '용감한형제+걸그룹=성공' 법칙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3~4월에만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100에 용감한 형제의 신곡이 10곡이나 랭크됐을 정도로 차트를 흔들었다. 최고의 자리에서만 7년째. 예능 쪽에 롱런의 대표주자로 유재석이 있다면 프로듀서로는 단연 용감한 형제다. 전과 12범 등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고 거둔 성공인 만큼 과실은 그 만큼 달고 짜릿했다.
성공의 가도에서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는 용감한 형제를 강남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그는 여름 시즌을 맞아, 밀려드는 곡 청탁에 수 주일째 작업실에 파묻혀 있었다고 했다. 얼굴에서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마침 이날 새벽 밤샘 작업끝에 자신의 소속사(브레이브 사운드) 가 키우는 그룹 빅스타 새 앨범 작업을 마쳐 후련하다는 그는 "오늘만큼은 마셔보자"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폭탄주를 제조한 뒤 성격대로 '원 샷'을 털어넣었다. 통쾌하고 유쾌한 그와의 술자리는 오후 7시에 시작해 11시를 넘어 자정 무렵까지 이르렀다.
▶제작자로서의 꿈, SM·JYP·YG 틀을 깨고 싶어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났죠.
"계속 제의가 들어오는데 솔직히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내가 할 게 아닌데…'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개그콘서트'에서 제가 출연한 분당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네요.(웃음)"
-예능계에서는 탐날 수밖에 없는 캐릭터에요.
"대본대로 움직이지 않고 멋대로 얘기하는데 그런 돌발 행동이 재미있나봐요. 지금도 몇몇 프로그램에서 전화가 오는데 출연료를 많이 준대도 싫어요."
-그럼 왜 예능에 출연하는 건가요.
"애들(빅스타) 홍보 때문이죠. 애들이 제가 이렇게 고생하는 건 몰라줘도 괜찮아요. 그저 빅스타 1위를 시키는게 꿈이에요. 다른 회사 가수들 프로듀서로는 1위를 해봤는데 우리 애들은 정작 1위를 못 시켜서…. 그걸 못하니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네요."
-YG에서 나와서 회사를 차린지 이제 5년 정도 됐네요.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죠.
"앞으로도 겪을 테지만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해요.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전혀 없어요. 자신 있어요. 꼭 만들어 낼 거에요."
-곡만 써도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는데 왜 굳이 가수를 키우느라 고생하냐는 이야기도 있어요.
"맞아요. 곡만 써도 잘 먹고 살 수 있죠. 하지만 제작은 제 꿈입니다. 정말 제작자로 성공하고 싶어요. 전 그 돈을 애들을 키우기 위해 벌어요. 팀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래서 작곡가로서의 본업이 중요해요. 이게 잘못되면 우리 애들을 만들 수 있는 자금줄이 없어져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제작 안 하고 프로듀서만 했음 재벌이 됐을 텐데요.
"신인 가수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어요. 제작자로서 어떤 사람은 날 최고라고 할 수도 있고 낮게 볼 수도 있어요. 근데 두고 보세요. SM·JYP·YG 등 3대 기획사의 틀에 우리 회사가 드는게 제 목표입니다."
-곧 빅스타의 새 앨범이 나옵니다. 감은 좋나요.
"이번에는 잘 될 거에요. 사실 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 스태프 바꾸는 걸 잘 못했어요. 근데 이번엔 스타일리스트부터 다 바꿨어요. 그래서인지 굉장히 좋은 곡들이 나왔어요."
-빅스타 멤버 필독이 인기가 심상치 않아요.
"PD들도 필독이가 끼가 많다고 칭찬하더라고요. 가수 말고 다른 걸 시키면 어떻겠냐고 묻기도 해요. 요새는 방송이 많이 늘었어요. 분량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요."
▶포미닛 '이름이 뭐예요?' 용형 실제 클럽 경험담
-작곡 감각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내 감수성은 남들과 좀 달라요. 사실 작곡가는 타고난게 좀 있어야 돼요. 튀는 제목이 잘 떠오르는 거 같은거죠. 90%는 노력이고, 10% 정도가 재능이라면 사실 10%에서 승부가 가려지는 것 같아요."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라는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요.
"욕먹을 수도 있는데… 실화에요. 클럽에 가서 룸을 잡고 놀았는데 정말 예쁜 여자 네 분이 문을 열고 들어온거죠. '이름이 뭐에요, 몇 살이에요, 어디 살아요'라고 물어봤어요. 나이트클럽에서는 흔한 일인데, 클럽에서는 그렇게 작업을 걸진 안거든요. 근데 나 뿐 아니라 방에 있던 남자들이 다 그렇게 물어보고 있더라고요. '술 한 잔하고 얘기해봐요'라고 이야기하면서 느낌이 딱 왔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폰으로 제 멘트들을 받아 적었어요. 처음에는 '어디 살아요' '몇 살이에요'라고 제목을 지었다가, '이름이 뭐예요'로 정했어요. 제일 먼저 물어본 게 그거였거든요."
-용감한 형제와 함께 성장한 걸그룹 씨스타가 다른 작곡가와 작업을 했어요.
"씨스타의 소속사와 생각이 달랐던 거죠. 사실 제가 씨스타의 회사 사장만 아닐 뿐이지 업어 키운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30곡이 넘는 곡을 녹음시켰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씨스타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그린 컨셉트를 기획사쪽에선 위험하다고 생각했나봐요. 기획사와 프로듀서가 생각이 다르면 프로듀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져요."
-속상하지 않았나요.
"사실 남의 곡을 부르는 씨스타를 보면 속상해요. 근데 또 찾아서 보게 되죠. 뮤직비디오 컨셉트 등 궁금하더라고요. 이번에 네티즌 중에 내 편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번 곡이 나오고 '역시 씨스타는 용형'이라는 글이 있더라고요."
-씨스타와 작업을 또 하게 될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흐름이 이상하거든요. 예전에 애프터스쿨과 작업을 하지 않게 되면서, 씨스타를 시작하게 됐어요. 만약 애프터스쿨과 계속 작업했다면 씨스타에게 갔던 곡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죠. 이번에는 반대였어요. 씨스타와 작업하지 않게 되면서 애프터스쿨을 다시 만났고, 포미닛을 하게 됐죠."
-여러 가수에게 곡을 줬어요. 제일 아픈 손가락을 꼽자면.
"현재는 씨스타에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워낙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니까요."
-용감한 형제에게 곡을 받겠다고 줄을 선 제작자들이 많습니다. 곡을 주는 기준은 뭔가요.
"이름값을 보진 않아요. 곡이 가기 전에 멤버들을 먼저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싫고요. 먼저 영상을 보고, 내가 이 친구들한테 곡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봐요. 몇 억을 가지고 와도 안 되는 건 안 되거든요. 친구들이 춤추는걸 보고 곡을 쓸 방향을 정해요. 틴탑이 그랬어요, 멤버들 오디션을 볼 때 저도 있었거든요. 근데 팀이 꾸려지고 춤추는 걸 보고는 손을 놓았어요.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근데 이 친구들 데뷔곡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미치겠어'부터 같이 하자고 한 거죠."
-용감한 형제표 발라드는 들어본 적이 없는거 같아요.
"쓰긴 씁니다. 근데 창피해서 몰래줘요. 이상하게 슬픈 발라드를 써도 괜히 창피한 거에요. 조만간에는 한곡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용감한 형제는 다른 가수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아냥도 있어요. 정작 자기 가수는 아직 성공시키지 못했으니까요.
"저도 인정해요. 제가 잘하는게 있으면 못 하는 것도 있는 거죠. 다시 말하지만 이번엔 다를 겁니다."
-너무 바빠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요.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몸이 안 좋아졌어요. 15가지 이상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다 보니 힘드네요. 밥 먹으러 가다가도 갑자기 어지럽고 심장이 뛰는 등. 그런 증상에 시달려 치료를 받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