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알짜배기 선수들을 모두 kt에 내줬다. 선발투수 장원준을 놓치며 전력 손실이 생긴 롯데로서는 당장 내년 시즌 성적이 걱정이다. 그런데 신생 구단으로 최약체로 평가받던 kt의 전력 보강이 예상보다 탄탄했다. 그중 롯데가 놓치고 또 내준 선수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kt 구단은 28일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롯데의 백업 포수 용덕한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한 시즌 출장은 많지 않았지만 베테랑인 그의 경험은 당장 kt 안방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특히 박세웅, 심재민, 엄상백 등 젊은 투수들에게 든든한 마누라가 생겼다. 롯데 입장에서도 백업포수로 장성우를 활용할 수 있고 올해 신인 강동관에게도 기대를 걸 수가 있기 때문에 뼈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더 늦기 전에 풀어준 것은 용덕한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았다. 이미 내준 선수이기에 그만큼 손실도 감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지명 발표가 난 지 얼마 안 지나 또다시 롯데 선수가 kt 유니폼을 입는 소식이 들렸다. 원구단 우선협상 기간에 재계약에 실패한 베테랑 투수 김사율과 내야수 박기혁이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협상 마감일인 26일에서 이틀이 지난 시점이다.
김사율은 김시진 전 감독 체제에서 중요 보직에 중용되진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80이닝 가까이 소화해주며 스윙맨 역할을 해낸 선수다. 박기혁 역시 부상에 시달리며 지난 몇 년 재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만큼 확실한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다. 롯데 구단은 팀의 프렌차이즈인 이들을 잡기 위해서 13억(김사율)과 10억(박기혁)을 제시하며 최선의 성의를 보였지만 결국 진심과 기회를 보장한 kt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무엇보다 3명 모두 베테랑이기 때문에 경험과 관록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다. kt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한 자원이다. 그런데 롯데는 그런 베테랑 3명이 단번에 빠져나갔다. 안 그래도 어수선한 일들을 겪은 팀에 중심을 잡아 줄 선수들이 이적한 것이다.
당초 신생팀 kt는 최하위가 점쳐졌다. 제9구단인 NC에 비해 외부 영입으로 전력 상승을 노리기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영입 소식에서 즉시 전력감만 수 명이다. 정대현, 윤근영 등 왼손 투수도 얻었다. 반면 롯데는 더 이상 외부 영입에 치중하지 않고 내부 육성을 노리기로 했다. 물론 장기적인 시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kt 전력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