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프로축구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국(41)의 은퇴 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구단주인 정의선(50)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날 킥오프를 앞두고 현장을 찾았다. 2015년 전북-서울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전주성 방문은 처음이었다.
정 회장은 캐주얼 자켓과 면바지에 전북 상징색인 초록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을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전반 20분부터 2분간 기립박수를 보내자, 정 회장 역시 단상에서 일어나 함께했다.
전북이 K리그1 최초 4연패를 확정한 뒤 이동국 은퇴식이 열렸다. 정 회장은 이동국에게 직접 감사패와 함께 현대차 2021년형 미니밴을 선물로 줬다. 이동국은 사인 축구공으로 화답했고, 두 사람은 따뜻한 포옹도 나눴다.
전주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승 세리머니와 은퇴식이 30분 넘게 이어졌다. 정 회장은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고 선수단과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북 현대 관계자는 “정 회장이 우산 없이 30분 넘게 비를 맞아가면서도, 이동국 은퇴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이동국은 경기 후 “회장님이 상패를 주시며 ‘이제 자주 연락합시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차 선물보다 그 말씀이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평생 잊지 못할 화려한 은퇴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국은 “회장님이 승진하신걸 알고 있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부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이해해 주실 거라 믿는다”며 웃었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전북은 2005년 이전까지 만년 하위팀이었다.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펼치며 K리그 통산 최다인 8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동국은 “2008년까지는 우승을 바라볼 수 없는 팀이었다. 2009년 우승컵을 든 다음부터 항상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 됐다. 선수들이 우승 DNA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09년 최강희 전 감독이 이동국을 데려왔다. 모기업이 매시즌 운영비로 400억원 이상 쓰는 등 화끈한 투자를 이어갔다. 양궁, 야구 등 스포츠 사랑이 각별한 정 회장이 통 큰 지원을 이어갔다. 정 회장은 2009년 K리그 우승 선물로 클럽하우스 건설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