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2002)' '연애소설(2002)' 등의 작품으로 '청순의 대명사'라로 불리던 손예진이 팔색조 모습으로 대중에게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청순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쉽게 연기할 수도 있건만, 손예진은 로맨틱 코미디 '작업의 정석(2005)', 범죄 영화 '무방비 도시(2008)' 스릴러 영화 '백야행(2009)' '공범(2013)' 등 매번 장르에 도전하며 다른 색의 옷을 입는다.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엉뚱한 예능감과 열혈 응원단원의 모습을 보여주며 '신비주의 여배우' 이미지까지 벗었다. 내달 6일 개봉하는 액션 어드벤쳐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감독)'에서는 데뷔 후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해 강인한 여걸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가진 손예진과의 인터뷰는 우리나라 톱 여배우와의 대화가 아닌 동네 친구와의 수다같았다. "이제는 늙었다"며 너스레를 떨거나 "조카가 너무 예쁘다"며 휴대폰을 꺼내 기자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조카 자랑을 늘어 놓는 모습에 인간미가 물씬 느껴졌다.
-액션 영화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사실 그동안 액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기피했다. 로맨스 영화를 하건, 드라마를 하건 극중에서 한 두 장면씩 액션이 있기 마련이다. 그 잠깐의 액션도 정말 어려웠다. 또 액션 영화를 찍는 남자 배우들이 다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겁도 났다. 액션 등 화려한 비주얼이 강조되는 역보다 감정이 강조되는 역할 위주로 선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해적' 시나리오를 본 순간 여월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이렇게 멋진 액션을 하는 여자 캐릭터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적'을 계기로 액션 영화에 출연하는 손예진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사실 2/3 정도 촬영을 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액션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었던 기억을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까지 했다. 그런데 촬영이 모두 끝날때쯤 되니까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적'은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한달만에 들어간 작품이다. 그래서 액션 연습과 몸을 만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더 멋진 몸으로 더 멋진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 추운 겨울만 아니라면.(웃음)"
-과거 '청순의 대명사'라고 불리던 손예진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을 것 같은데. "청순한 모습이 강조되는 로맨스 영화나 멜로 영화를 하게 되면 청순한 모습은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때 보여줬던 '풋풋한 청순함'은 안될 것 같다.(웃음) 현재 내 나이에 맞는 청순함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해적'처럼 많은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 아닌가. "이전에는 혼자 극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많이 했다. 또한,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많이 해서 내 이름에 더해지는 책임감의 무게가 정말 무거웠다. 이번 영화는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다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작들 만큼 부담이 크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가 개봉할 즈음 대형 한국 영화가 이렇게 우르르 개봉할 줄은 몰랐다.(웃음)"
-어느덧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줘야 하는 나이가 됐다. "그렇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모르겠다.(웃음) 최근에는 소녀시대 윤아가 나에게 작품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친구도 나처럼 어릴 때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작품과 연기에 관해 고민을 털어놓길래 조언을 해줬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과 시행착오 등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줬다. 이제 나도 오지랖이 좀 넓어진거 같다.(웃음)"
-예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어릴적 부터 배우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컸고 조심스러웠다. 항상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기가 어려웠다. 무슨 말을 하고 난 후 밤에 혼자 '내가 그 얘기를 왜 했을까' 후회하는 적도 많았다. 지금은 나이를 먹고 익숙해져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극복했다. 일적인 것 외에도 나를 소중히하고 스스로를 보듬어주는 방법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