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예비명단 50명을 확정했다.
대회 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 제출도 마쳤다. 지난 10월 6일 발표한 예비엔트리에서 한 명이 바뀌었다. 오른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투수 이용찬(두산) 대신 같은 팀 왼손 유희관이 이름을 올렸다. 겉으로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주력 선수 이탈이 거듭될 전망이라 엔트리 변경이 불가피하다.
최종엔트리에 올라 있는 왼손 에이스 김광현은 FA 계약과 함께 팔꿈치 부상 소식을 전했다. 4일 검진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수술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은 4일 "일본에서 검사를 받은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단과 상의해야 하는데, 올해 안으로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현이 수술대에 오를 경우 최종명단을 바꿔야 한다. 유희관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용찬의 자리는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심창민으로 대체됐다. 김광현의 이탈이 확정된다면 현재 예비엔트리에서 한 명을 발탁해야 한다. 우완 이용찬과 같은 유형이 아닌 좌완 유희관이 예비엔트리에 합류한 건 김광현의 공백을 메우려는 포석이다.
야수 쪽은 더 큰 변화가 전망된다. 내야의 키인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와 2루수 정근우(한화)의 거취가 불투명하다. 강정호는 2일 음주운전 사고를 저질렀다. 혈중알코올농도 0.084%로 운전을 하다 삼성역 사거리에 있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주했다. 파편에 차량이 손상된 피해자의 신고로 적발됐다. 당시 동승자 A씨가 자신이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강정호가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정호는 "사건을 접한 모든 분과 피해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선수지만, 국가대표는 KBO가 관장한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해외원정도박으로 KBO 징계를 받아 WBC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전례가 있다. 그런 만큼 강정호의 대표팀 합류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한숨만 나온다"고 했고, KBO는 "정확하게 경위를 파악한 뒤 기술위원회를 다시 열어 (강정호의 WBC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근우는 무릎 부상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일본에서 왼무릎 연골 절제 수술을 받았다. 재활과 회복까지 두 달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대표팀은 2월 12일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1월까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해야 2월 훈련 참가가 가능하다. 정근우는 "가벼운 수술이었다. 수술 다음 날 걸을 수 있었을 정도로 경과가 좋다"며 "김인식 감독님께 전화를 드려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다. 빨리 회복해서 WBC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정근우와 강정호는 대표팀 주전 키스톤콤비다. 두 선수가 동시에 이탈할 경우 예비엔트리에 올라 있는 서건창(넥센)과 최종엔트리 백업 내야수 김재호(두산)가 키스톤콤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공백이 발생한 예비엔트리 한 자리는 오지환(LG)과 박민우(NC) 등 젊은 자원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 오지환은 올해 20홈런을 터뜨렸고, 박민우는 공수주에서 활약했다.
50명 예비엔트리는 최종엔트리(28명) 마감일인 내년 2월 6일까지 변경이 가능하다. 다만 최종엔트리는 반드시 예비엔트리 안에서 선발해야 한다. 최종엔트리 28인의 몸 상태와 거취 여부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예비엔트리도 함께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