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팀과 디펜딩 챔피언의 대결. 명승부가 예상됐다. 결과는 정반대. 한쪽이 너무 무기력했다.
두산의 가을이 맥없이 막을 내렸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한국시리즈 KIA와 5차전에서 패해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준우승했다. 광주에서 열린 1차전을 잡고 먼저 1승을 따냈지만, 이후 내리 4연패했다. 홈 구장 잠실에서 열린 세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두산은 정규시즌 2위 팀이다. 페넌트레이스 1위 KIA에 패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팀이 아닌 '두산'이기에 기대를 많이 받았다. 두산은 올해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한 '포스트시즌 스페셜리스트'다. 전문가들은 KIA보다 두산의 우승을 더 많이 점쳤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위력이 확인됐다. NC를 3승 1패로 가볍게 꺾었다. 2차전과 3차전에서 그랜드슬램을 폭발했고, 2~4차전에서 연속 10점 이상을 내면서 압승을 거뒀다. 선발 투수들이 연이어 부진했는데도 홈런으로 NC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시리즈를 4차전에서 끝내 천금 같은 3일 휴식도 취했다.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역시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플레이오프부터 불타올랐던 김재환과 오재일이 연속타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1차전 승리는 오히려 두산 선수단에 독이 됐다. "역시 두산"이라는 평가 속에 선수들의 투지와 긴장감이 사라졌다. 동시에 플레이오프부터 줄곧 상승곡선을 그렸던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식어 내리기 시작했다.
두산은 2차전에서 KIA 왼손 에이스 양현종에게 완봉패했다. 선발 장원준도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 포수 양의지가 송구 판단 미스로 뼈아픈 결승점을 내줬다. 양현종은 9회 2사 1루서 양의지와 11구 승부를 펼쳤다. 삼진으로 마무리했다. 1승 1패. 두산은 그때 KIA에 한국시리즈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3차전에선 8회까지 3-4로 추격해 역전의 여지를 남겼지만, 9회 나지완에게 쐐기 2점포를 맞고 무너졌다.
4차전 패배는 상징적이었다. 수비의 팀 두산이 수비 탓에 무너졌다. 유격수 김재호가 0-2로 근소하게 뒤진 7회 2사 1·2루서 평범한 땅볼을 놓쳤다. 단순한 실책 하나가 아니었다. 사실상 우승팀의 향방을 가르는 마침표가 됐다.
5차전에 나선 두산은 무기력했다. 이미 기세가 꺾였다. 에이스 니퍼트는 KIA 이범호에게 만루홈런을 얻어 맞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양의지는 5차전 5회 들어서야 한국시리즈 17타석 만에 너무 늦은 첫 안타를 쳤다. 7회 KIA 헥터 노에시를 공략해 한꺼번에 6점을 뽑아내며 턱 밑까지 추격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승자의 환희에 익숙했던 두산은 그렇게 2017년 가을 야구에서 퇴장했다. 쓸쓸한 뒷모습을 남겼다. 3연패 꿈도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