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엔 리더가 3명이나 있다. 염경엽(46) 넥센 감독이 생각하는 '리더'라는 단어 의미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27일 목동 KIA전에서 승리한 뒤 "강정호가 팀의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정호(27)는 이날 경기에서 4-4로 맞던 8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월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이날 경기 결승타를 기록했다. 이 순간 프로야구 유격수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리더'라는 표현은 의아하다. 넥센의 주장은 이택근(34)이기 때문이다. 강정호가 데뷔 9년 차 중고참이지만 그보다 선배들은 많이 있다. 평소 자신의 야구관이 확실한 염 감독의 말이기에 다른 의미가 녹아있을 것으로 보였다.
2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은 자신의 멘트에 대해 "강정호가 팀의 핵심 선수로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였다"고 전했다. 강정호가 단지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라 분위기까지 이끌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강정호가 유일한 것도 아니다. 염 감독은 "(이)택근이와 (박)병호도 같은 의미의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온 선수들이다. 우리팀은 이들로 인해 승리를 얻고 분위기를 가져온다. (서)건창이나 다른 선수들도 잘하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 자기 몫을 다하는 단계다. 그래서 (강)정호에게 리더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아우르며 '일반적인 의미의 '리더'를 충실히 해내고 있는 이택근을 인정하면서도, 승리를 향한 좋은 기운을 가져오며 팀을 이끌고 있는 강정호와 박병호(28)까지 함께 치켜세웠다. 단순한 의미 부여라기 보다는 선수들의 공을 폭 넓게 보고 있는 것이다.
사령탑의 무한신뢰에 보답하듯 이들 리더 3인방은 28일 경기에서 나란히 활약했다. 강정호는 27일 경기에 이어 28일에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다수의 해외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의 진가가를 뽐냈고, 40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병호도 1회 초 선제 2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이택근도 2안타로 기회를 열었다.
승리를 이끄는 '리더'가 3명이나 있어 넥센은 든든하다. 이들을 독려할 줄 아는 염경엽 감독 역시 2년 차 감독 이상의 내공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