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35)은 올 시즌 초반 '용암 모드'다. 그러나 LG의 문제는 박용택 혼자만 너무 뜨겁다는 점이다. 박용택은 활약이 헛심으로 끝나 웃지 못하는 날이 많다.
LG는 14일 현재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3승1무7패로 승률이 딱 3할이다. 지난 주말 NC에 홈 3경기를 모두 내주고 4연패를 당해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분위기가 처진 LG에서 박용택은 나 홀로 활약 중이다. 개막 후 11경기 연속으로 한 경기 2차례 이상 출루 행진을 이어가며 1번 타자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타율 0.462, 출루율 0.625로 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LG의 투·타 성적은 나쁘지 않다. 팀 타율 0.288로 3위, 경기당 평균득점은 5.9점으로 역시 3위에 올라 있다. 1위 NC(5.8점)보다 점수를 잘 뽑았다. 7위인 평균자책점(5.26)을 고려하더라도 최하위까지 내려간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 가지 원인은 공격의 비효율에 있다. 박용택이 만든 수많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게 LG의 아킬레스다. LG는 박용택 뒤에 있는 타자가 제 몫을 못 해주고 있다. 2번 타자는 확실한 선수가 없어 경기마다 바뀐다. 3번 정성훈-4번 벨-5번 이진영은 각각 타율 0.364, 0.319, 0.333으로 잘 치고 있다. 하지만 박용택이 출루했을 때 득점타를 때리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타격왕 이병규(등번호 9)는 타율 0.233으로 잠잠하다.
공격의 비효율은 박용택의 득점 수치로 입증된다. 득점 순위에서 박용택은 10위 밖(공동 13위)이다. 안타 18개를 치고 볼넷 17개를 얻어 35번 살아나갔는데 9번 홈을 밟았다. 득점 확률이 26%에 불과하다. 득점 공동 1위인 SK의 1번 타자 김강민은 21번 출루해 13점을 올렸다. 박용택이 김강민보다 1.7배 더 많이 나갔는데 홈을 밟은 확률은 김강민(6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자로 나간 박용택이 잔루 처리되거나 아웃된 게 득점의 3배 가까운 26번으로 압도적으로 많아 상위 타순의 결정력 부족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LG는 또 팀 병살타가 17개로 9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그 중 13개가 2~5번 타순에서 나왔다. 투수들은 주자가 없으면 박용택과 승부하고, 주자가 있으면 박용택에게 볼넷을 줘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피해간다.
현재 LG처럼 선수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은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2013시즌 초반 최정이 원맨쇼를 펼친 SK는 중위권을 맴돌다 6위에 머물렀고, 손아섭이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롯데도 5위를 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특급 투수 류현진이 살림을 책임져 '현진 이글스'라 불린 한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4강에 들지 못했다.
LG는 넥센·한화와 맞붙는 이번 주 반전을 노리고 있다. 무너진 마운드를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지만 박용택의 고립을 깨기 위한 2번 타자와 중심 타선의 동반 활약도 절실하다. 김기태 LG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몸이 덜 올라왔는데,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