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진 걸까. 현장의 야구인들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너무 좁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타자들이 팀별로 1명씩 가세해 타고투저 현상이 강한 가운데 심판들의 스트라이크-볼 판정도 이를 부채질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다
A구단 감독은 "요즘은 TV 카메라의 슬로비디오, 특수 장비까지 더해져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심판들이 카메라의 볼 판정에 신경을 쓰면서 존이 좁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B구단 감독은 "심판들이 자신감이 없으면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다"며 "심판의 오락가락하는 볼 판정이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C코치는 "심판이 사람인 이상 오심은 할 수도 있다. 베이스에서 태그나, 1루에서 주자와 공이 거의 동시에 들어갈 때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타이밍은 있다"며 "그러나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에 손을 안 들어주면 어쩌나. 한두 번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단 프런트 D씨는 "시즌 초반이라는 영향도 있겠지만, 그래도 올해는 존이 너무 빡빡하다"고 말했다. E구단의 모 투수는 "내가 잘 던지면 문제없는 일이겠지만, 결정적일 때 스트라이크존 외곽에 꽉 찼다고 생각하는 공을 한두 번 안 잡아주면 리듬이 흔들린다. 지난해 후반보다 올 시즌 존이 인색하다"고 말했다.
◇심판위원장 "신중하게 보기 때문"
NC의 외국인 투수 찰리는 시즌 첫 등판인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6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다 7회 구심의 볼 판정에 흥분하면서 한 이닝에 5실점하기도 했다. 구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마운드에서 헛웃음을 짓거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투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올해 55경기에서 9개 구단 투수들은 총 485개(경기당 8.82개)의 볼넷을 내줬다. 지난해 56경기까지는 볼넷이 429개(경기당 7.66개)였다. 올해 볼넷이 경기당 1개 이상 더 늘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심판위원장을 교체했다. 도상훈 신임 위원장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심판진의 기강을 새롭게 하고 "집중을 해 공정한 판정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새 출발을 선언한 심판들의 판정과 현장의 반응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도상훈 위원장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의도적으로 존을 좁힌 것은 없다"며 "시즌 초반인 데다 TV 카메라가 자꾸 들어오면서 심판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더 정확하고 신중하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장에선 좁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시간 지연과 타고투저
좁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한 볼넷 남발은 결국 경기 시간 지연으로도 이어진다. 14일까지 치른 55경기의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26분으로 역대 최장인 2009년의 3시간22분보다도 길다.
타고투저 역시 뚜렷하다. 14일까지 9개 구단 팀 평균자책점은 4.76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점(56경기)의 4.27보다 0.5 가까이 상승했다. 전체 타율은 지난해 0.262에서 올해 0.277로 올랐다. 특히 홈런 수가 63개에서 102개로 대폭 늘었다. 9개 구단의 외국인 타자들은 타율 0.310(352타수 109안타) 23홈런 67타점을 합작했다. 외국인 타자들을 빼고도 국내 타자들도 지난해보다 홈런 16개를 더 쳤다.
심리적인 타고투저는 더 심하다. 각 팀 감독들은 “경기 중반 3~4점을 앞서고 있어도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불펜진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