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의 조건 중 하나는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실책으로 흔들릴 때 그 틈을 파고 들어 전세를 뒤집는다면 승부를 쉽게 가를 수 있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만난 삼성이 그랬다.
삼성은 7-8로 뒤진 7회 선두 타자 채태인이 상대 불펜 투수 정대현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박석민이 3루수 땅볼로 아웃된 뒤 이승엽마저 바뀐 투수 이명우를 상대로 평범한 2루수 앞 땅볼을 때렸다. 이때 롯데 2루수 정훈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이승엽은 공이 뒤로 빠진 것을 확인하고 2루까지 내달렸다. 이명우는 흔들렸다. 박한이는 놓치지 않고 중전 안타를 때려내 1사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롯데는 이명우를 내리고 김성배를 투입했다. 그러자 삼성 더그아웃은 좌타자 우동균 대타 카드를 뽑아들었다. 사이드암 투수에게 좌타자가 강하다는 속설을 믿고 우동균을 기용했다. 우동균은 기대에 보답하듯 역전 김성배의 3구째를 때려내 1타점 역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역전에 성공한 삼성은 작전으로 롯데 내야진을 흔들었다. 류중일 감독은 후속 타자 이지영에게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다. 이지영은 투수 오른쪽 공간으로 정확히 공을 보냈다. 김성배는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다. 승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몸이 1루 방향으로 쏠린 상태여서 송구는 정확하지 못했다. 그사이 3루 주자 박한이가 홈을 밟아 추가점을 올렸다. 롯데 포수 용덕한이 몸을 날려 송구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해 더 큰 위기를 맞을 뻔 했다.
삼성은 김상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공격의 흐름이 끊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나바로가 기어코 한 방을 터뜨리며 롯데를 끝내 'KO' 시켰다. 나바로는 2사 1·2루에서 김성배의 3구째 139㎞짜리 높은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사직구장 좌측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20호 홈런을 터뜨렸다. 김성배는 더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김사율에게 넘겼다.
삼성은 정훈의 실책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선의 집중력도 좋았지만, '대타 카드'와 '스퀴즈 번트' 등 작전으로 상대를 완전히 흔들었다. 여기에 강한 1번 타자의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강팀의 조건'을 완벽하게 보여주면서 후반기 2연승을 눈 앞에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