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배우·사업가로 전천후 활약 중인 임창정(43)이 제작자에 감독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하고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때문에 2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인 영화 '로마의 휴일(이덕희 감독)'은 임창정에게 오히려 잠시 쉬어가는 타임 정도다. 흥행에 대한 갈망과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자세도 결코 나쁘지 않다.
18살 연하 신부와 새 가정을 꾸린 것에 팬들의 비난이 쏟아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허허실실 웃어 넘기고, 아직 발매되지 않은 신곡을 인터뷰 중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거리낌없는 성격은 임창정이 20여 년간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일 터. 노력하는 자에게 복은 따른다. 몸이 열 개라도 바쁜 임창정은 매일 자신만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 '치외법권' 이후 2년만의 스크린 복귀다. 또 코미디다. "새 작품을 선보이게 돼 설레고 기대된다. 예상했던 작품과 상당 부분 다르게 완성돼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쁘고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전 연령층이 좋아할만한 방향으로 가려다 보니 적정 수준을 맞춘 것 같다."
- 굉장히 솔직한 발언이다. 어떤 점이 가장 아쉽나. "조금 더 과감하게 표현함에 따라 얻어지는 웃음의 깊이가 있다. 모나도 괜찮을 부분이 둥글둥글하게 깎인 느낌이랄까? 감독님은 그 자체로 웃긴 사람이지만 전 우주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해한다.(웃음)"
- '로마의 휴일'을 택한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 "결국 감독님 때문이다.(웃음) 함께 호흡맞춘 '창수' 이후 감독님이 어렵게 사셨다. 열정이 있으니 시나리오를 이것 저것 써 보는데 그게 뚝딱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진전이 안되니까 힘들 수 밖에 없지. 그런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듣고 있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소주 한 잔 하고 있던 자리에서 영ㄴ락을 받았는데 느낌이 나에게 시나리오를 줄 것 같더라. 그래서 '일단 만나자'고 했고 감독님이 곧바로 바지 뒷주머니에 대본을 꽂고 오셨다."
-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인가. "척하면 딱이지.(웃음) 감독님은 나에게 이것 저것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난 '그 대본이나 줘라. 그리고 내일 제작사에 전화해 내가 한다고 했다고 해라. 술이나 마시자'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출연 결정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시나리오를 읽고 '아차' 싶었지. 하하. 그래도 발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출연을 번복하지는 않았다.(웃음)"
- 수정 과정을 굉장히 많이 거쳤다고. "다 불러 모았다. 연출부, 제작부에 문창과 두 명, 홍보 마케팅 팀까지 모여 한 달간 시나리오를 다 같이 뜯어 고치자고 제의했다. 그게 내가 이 작품에 합류하는데 있어 유일하게 내건 조건이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 투자가 바로 됐다. '그럼 현장에서 고쳐보자'는 약속을 받고 촬영을 시작했다. 현장 촬영본은 굉장히 좋다. 잘 찍혔다."
- 평소 절친한 공형진·정상훈과 호흡을 맞췄다. "형진이 형은 나에게 많이 양보했다. 형도 관록이 있고 연기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자칫하면 학교 후배이자 필드 후배인 내 요구들이 형에게 무리가 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다 받아주고 넘어가 주더라. 난 또 나대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형과 소통이 안 되면 힘들겠다' 싶었는데 전적으로 양보해줬다. 너무 고맙다. 그리고 상훈이는 그냥 대세가 된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묻어갈 생각이다.(웃음)"
- 스토리는 B급 병맛 코미디라 해도 관객들이 A급으로 받아주길 원하지 않나. "지인들에게 쪽팔린 영화는 만들지 말자. VIP시사회에 떳떳하게 초대할 수 있는 영화를 하자'는 것이 목표다. 그럼 대중들도 좋아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근데 사람 일이 마음과 뜻대로 되나. 그럼 다 성공하지.(웃음)"
-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가장 떳떳한 작품은 무엇인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색즉시공'과 '비트'는 언제 말해도 당당하다. 특히 '색즉시공'은 각색도 같이 했다. 작품이라는 것이 그렇다. 제작사·감독·배우·스태프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똘똘 뭉쳐야 잘 된다. 한 명만 잘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나 때문에 잘 됐어'라는 마인드는 누구나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카우트'도 너무 좋은만큼 아깝고 아쉬운 작품이다. TV에서 방영되면 꼭 멈춰서 끝까지 다 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