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 내딛을 걸음 모두 팀 승리에 의미를 부여한다. 오승환(37)이 돌아보고 바라본 자신의 야구다.
오승환은 한·미·일 리그 통산 400세이브를 앞두고 있다. KBO리그에서는 삼성 소속으로 277세이브를 기록했다. 리그 통산 최다 기록이다. 일본 리그에서는 한신 소속으로 80세이브를 추가했다. 빅리그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2016~2017시즌에 39개, 토론토와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3개를 더 기록했다.
현 소속팀 콜로라도에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 웨이드 데이비스가 있다. 오승환은 셋업맨이다.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에 등판할 기회가 적다. 그러나 400세이브는 다가올 시즌에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들어, 1~3점 차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지켜내고 타선이 다득점하며 달아난다면, 굳이 데이비스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승환이 9회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
이미 구단도 오승환이 400세이브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달성하면 작은 세레머니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오승환은 "쑥스러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기록을 대하는 태도는 담담하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콜로라도의 스프링캠프 전훈지(미국 애리조나 스캇데일)에서 만난 그는 "(세이브를)할 거라면 빨리 하면 낫겠다"고만 했다. 대기록을 앞둔 선수의 설렘은 전해지지 않았다.
오승환은 팀 승리에 기여한 점만 인정한다. "내 세이브가 숫자보다도 어느 팀이건 400번은 이겼다는 의미 아닌가. 소속팀의 승리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가올 시즌도 보직이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셋업맨을 노리느냐는 질문, 메이저리그에서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현재 마무리투수가 아니다. 몇 회에 나가든 내 임무를 완수하는 게 중요하다. 팀이 이기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등판할 것이고 보탬이 되는 투구를 하면 된다"고 같은 답을 했다.
현재 클로저가 아닌 자신이 세이브 기록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팀 승리에 기여하려는 의지는 감추지 않는다. 다가올 시즌도 진화를 노린다. 다가올 시즌은 체인지업 구사 빈도를 높인다. "상대 타자에 구종 한 개가 더 있다는 인식만 줘도 성공이다"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그가 4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승환은 "그보다 잘 하면 된다"며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