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우면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정수정이다. 이젠 크리스탈이라는 이름 만큼 정수정이라는 이름도 낯설지 않게 들린다.
걸그룹 에프엑스(F(x)) 크리스탈로 화려한 10대를 보낸 정수정이 20대, 본격적인 배우 행보를 걷는다.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아티스트에서 소속사까지 이적하며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탈바꿈 시킨 정수정에 업계의 긍정적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09년 에프엑스로 데뷔한 정수정은 '열일의 아이콘'으로 일찍부터 그룹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했다. 아이돌 크리스탈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시킨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이어 '상속자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하백의 신부 2017'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였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게 꼬리표 처럼 뒤따르는 흔한 발연기 논란 한번없이 맡은 바 최선의 능력치를 뽐낸 정수정은 이후에도 '슬기로운 감빵생활' '플레이어'를 비롯해 현재 방영 중인 '써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움직임으로 배우로서 남다른 열정과 욕심을 내비쳤다.
특히 '써치'에서 엘리트 장교 손예림으로 분한 정수정은 냉철하면서도 당당한 이미지에 미묘한 감정을 넘나들며 극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 매 작품 깊이를 더해가는 정수정의 발전과 성장에 호평이 뒤따르는 이유다.
무대와 브라운관에서 쌓은 내공은 정수정을 스크린으로도 이끌었다. 11월 개봉을 앞둔 '애비규환(최하나 감독)'에서 정수정은 5개월 차 임산부 김토일로 파격 변신을 감행한다. 작품과 캐릭터 모두 의외의 선택으로 주목도를 높인다. 인형처럼 예쁜 아이돌 크리스탈과 배우 정수정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다.
한국 웰메이드 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른 제작사 아토(ATO)의 여섯 번째 작품에 정수정이 사실상 원톱 주연으로 합류, 작품과 정수정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2015년 단편영화 '내 노래를 들어줘' 이후 사실상 스크린 첫 데뷔작 신고식을 치르게 돼 의미를 더한다.
김토일은 누구에게도 쉽게 주눅 들지 않고 무엇이든 알아서 척척 해내는 똑 부러진 스물 두 살 대학생으로 소개된다. 연하 남자친구와 불꽃 같은 사랑으로 임신을 하게 되자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스스로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실행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
여기에 난데없이 15년 전 헤어진 친아버지를 찾으러 떠나는 엉뚱함과 무모한 용기도 드러내 정수정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를 법한 매력을 확인케 한다. 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첫 공개 된 후 정수정은 대번에 '스크린 데뷔 합격점' 평가를 받았다.
임산부라는 캐릭터 설정도 설정이지만 토일에 완벽히 녹아든 정수정의 연기 자체가 위화감 제로다. 무엇보다 크리스탈이자 정수정으로 쌓은 인지도가 다소 작은 규모의 영화 '애비규환'에는 천금같은 홍보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재기발랄한 작품이 조용히 묻히지 않은 채 정수정으로 화제성을 얻고, 정수정은 똑부러지게 빛난 존재감으로 꽉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누구 하나 아쉬울 것 없는 만남이다.
정수정은 "크리스탈도 그렇고 정수정도 그렇고 결국엔 모두 나다. 둘 다 너무 좋다"며 "한번 결심하면 후회없이 끝까지 가고, 선택한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려는 성격인데, 그만큼 이번 작품도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 많이 노력했다"고 다부진 입장을 밝혀 남다른 추진력을 가늠케 했다.
정수정은 '애비규환' 뿐만 아니라 이미 촬영을 마친 '새콤달콤' 개봉도 준비 중이다. 연이은 스크린 나들이는 배우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 할 정수정의 가까운 미래를 엿보이게 한다. 한 관계자는 "스타성이 남다른 정수정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더 성장할 아티스트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새 소속사와의 동행 또한 예의주시되는 부분. 관계자들에 따르면 SM과 결별 후 짧은 FA 기간 동안 정수정은 국내 굴지의 소속사들에 러브콜을 받았다. 심사숙고 끝 정려원·손담비 등이 소속된 신생 기획사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어 놀라움을 자아낸 바, 영리한 정수정의 모든 선택이 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