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양 측의 니즈가 100% 들어맞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주인공을 맡는 배우 소속사 입장에선 여러 작품을 두고 고르기 위해 끝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제작사 측은 최고의 캐스팅을 하기 위해 여러 배우들을 출연 물망에 올려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와 제작사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서로 더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보이지 않는 '밀당'이 생기는 셈이다. 최근 현빈 소속사 측과 현빈이 출연을 검토한 드라마 '킬미, 힐미' 제작사도 캐스팅 관련 엇갈린 입장 차를 보였다. 양 측 모두 조심스러운 태도였지만, 동시에 예민하게 반응한 부분은 있었다. 더불어 양 측 모두 이번 일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현빈 측과 팬 엔터테인먼트 논란으로 소속사와 제작사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소속사 입장
지난 29일 현빈 소속사 측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의 골자는 "대본을 전달 받았고, 제안은 감사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였다. 이는 27일 '현빈, '킬미,힐미' 출연 물망' 기사에 제작사가 '현빈 측에 스케줄을 문의했을 뿐 대본을 건넨 적이 없고, 남자 주인공을 20대로 설정해 현빈 등 30대 남자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후보군에서 제외됐다'고 내놓은 입장과 전혀 달랐다. 다시 말해, 현빈 측은 '먼저 거절을 한거지, 거절 당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바로 잡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빈 측의 태도에 '이해가 된다'고 입장을 보인 소속사는 꽤 많았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왜 이런 부분에 예민하냐고도 할 수 있지만, 소속사 입장에선 다른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 있다"며 "출연이 무산된 배우가 다른 작품에 출연한다고 하면, 해당 작품의 제작사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캐스팅 보도에 예민한 것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속사 측은 "대본 리딩에 참석하고, 첫 촬영까지 해도 출연 자체를 엎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주연급 배우일 경우, 이런 부분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함께 검토 중인 작품이 있을 경우, 어느 한 작품의 캐스팅 보도가 먼저 나가면, 다른 작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제작사 입장
현빈 측이 보도자료를 내자 제작사 팬 엔터테인먼트도 바로 다음 날인 30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팬 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미 수 개월전 일단락된 현빈 씨의 '킬미, 힐미' 출연 여부가 어떤 의도로 뒤늦게 거론됐는지가 당사로선 매우 의심스러웠고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과 상관없이 당사는 현재 진행중인 다른 배우의 캐스팅 작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현빈 씨는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오래전 결정됐다’는 내용의 1차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 하지만 이견이 발생했고, 현빈 씨 소속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 부분을 수정한 2차 보도자료를 1시간여 후에 다시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과 당사의 수습 노력은 외면한 채 일방적인 주장만을 피력하고 있는 현빈 씨 소속사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 27일자 기사의 취재 과정에서 현빈 씨 소속사 관계자가 어떤 식으로 취재에 응했고, 또 이처럼 부정확한 기사가 왜 보도됐는지에 대한 규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 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 다수의 제작사는 "커뮤니케이션의 오해에서 불거진 일인 것 같다"면서 "같은 제작사 입장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많있다"고 전했다. 한 제작사 측은 "출연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되는 캐스팅 기사는 향후 캐스팅 작업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정 배우가 거절한 작품이라는 게 알려지면,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배우들도 다시 한 번 출연을 생각할 수 있다"며 "현빈 출연 물망 보도에 팬 엔터테인먼트가 왜 그렇게 대응했는지 일부 이해도 된다. 배우 측을 배려해 수정된 보도자료를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소속사와 제작사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캐스팅 얘기를 하던 중 오해나 입장 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제작사는 다음 캐스팅을 위해 이전에 출연 물망에 오른 배우를 언급하거나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좀 더 대화로 서로의 이해의 폭을 넓혔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