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대회 목표는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라고 말했다. 금메달 5개로 7위에 오른 2018년 평창 대회 성적을 고려하면 다소 어두운 전망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대회 출전이 들쭉날쭉했고 심석희가 동료 욕설 및 비하 논란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는 등 메달밭으로 꼽히는 쇼트트랙 대표팀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탓이다.
목표를 상향하려면 깜짝 메달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상호의 가파른 상승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호는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스쿠올에서 열린 2021~22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 대회전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근 FIS가 주최한 5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4개의 메달(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을 따내 이번 시즌 스노보드 월드컵 종합 360점을 기록, 이 부문 1위(2위 스테판 바우마이스터·290점)를 유지했다.
스쿠올 대회에선 가능성과 숙제를 모두 확인했다. 이상호는 예선 전체 2위로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16강 첫 상대는 잔 코시르(오스트리아·세계랭킹 26위)였다. 2018년 평창 대회 4강전에서 0.01초 차이로 꺾었던 코시르를 이번엔 0.08초 차이로 제압했다. 이어 8강에선 코스 선택권의 이점을 살려 알렉산더 파예(오스트리아·세계랭킹 19위)마저 가볍게 제쳤다.
아쉬움이 남는 건 4강전이었다. 이상호는 자신이 뽑은 올림픽 메달 경쟁자 바우마이스터(독일·세계랭킹 7위)를 만나 0.17초 차이로 패했다. 바우마이스터는 최정상급 기량을 펼치고 있는 베이징 대회 유력 메달 후보다. 이번 대회 최고의 빅매치였지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3, 4위 결정전에서 예선 16위에서 4강까지 진출한 미르코 펠리체티(이탈리아·세계랭킹 9위)에 0.44초 차이로 앞서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은 러시아의 드미트리 로지노프의 몫이었다.
이상호는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4강전에서 바우마이스터와 대결할 때가 가장 아쉬웠다. 하지만 이것도 올 시즌 월드컵의 일부다. 동메달을 딴 것도 무척 기쁘다"며 "좋은 컨디션 유지하며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협회, 후원사,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올림픽에서는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2018년 평창 대회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평행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스키가 동계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1960년 스쿼밸리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58년 만이었다. 이후 어깨 부상과 성적 부진으로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혹독한 여름 전지훈련으로 페이스를 되찾았다. 최근 월드컵 대회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베이징 대회 전망을 밝혔다. 이상호는 11일부터 오스트리아 바트 가슈타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서 다시 한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