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매 경기 다른 해결사가 나타나며 후반기 무패 행진을 질주하고 있다. 주축 타자들은 너 나할 거 없이 팀 승리의 주역이 되며 '4번 타자' 최형우(31)의 공백을 무색케 했다. 여기에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낸 '명품 조연'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6번 타순에서 타선의 무게감을 더한 박한이(35)와 하위타선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김헌곤(26)이 돋보인다.
김헌곤은 이승엽(38)에 이어 '제 2의 포항 사나이'가 될 기세다. 지난달 28일 한화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곳이 바로 포항구장이다. 27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이 "전날 2타점을 비롯해 좋은 기운이 포항구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김헌곤은 "앞으로도 좋은 기억으로 남으려면 오늘 더 잘해야 겠다"며 웃었다. 그리고 활약은 이날도 이어졌다.
김헌곤은 NC와의 주말 3연전 2·3차전에서 경기 후반 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26일 경기에서 팀이 3-1로 앞서던 8회 말 2사 만루에 타석에 나서 상대 투수 김진성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치며 승리의 쐐기를 박았고, 27일 경기에선 1-1로 맞선 7회 말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와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나바로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6연승을 하는 동안 승리의 주역들은 '멀티홈런', '개인 최다 안타-타점' 등의 기록으로 화려한 모습을 보였지만, 하위타선에서 김헌곤이 보여준 활약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했다.
김헌곤은 "그저 팀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며 웃었다. 많지 않은 기회에서 사령탑과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배영섭(28)의 공백으로 무주공산이 된 삼성의 중견수 자리는 현재 박해민(24)이 차지한 상태다. 최형우의 부상 이탈으로 기회를 얻은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 시켜야 했다. 선발로 자주 출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격감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운 점도 있지만 기회에선 제 몫을 하고 싶다. 김헌곤은 "어떤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감독님이나 코치님께 '자신의 역할은 해내는 선수'라고 믿음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한이도 특유의 꾸준함으로 타순 변경 이후에도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최형우의 공백으로 6번 타순이던 이승엽(38)이 5번으로 오자,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강한 6번 타자'를 언급하며 박한이를 기용했다. 그리고 후반기 첫 3연전이었던 사직 롯데전에서 안타5개, 4타점으로 활약했다. 이승엽과 채태인(32)의 활약에 가렸지만 제 몫은 확실히 했다.
박한이는 " 투수들의 볼배합이 2번 타자로 나설 때와 다르긴 하지만 이미 많이 해봤던 6번 타순이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며 "(최)형우가 오면 2번으로 다시 가겠지만 그 전까지 중심타선에서 만든 기회를 잘 연결 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