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밴드 랄라스윗(김현아·박별)의 정규 1집 타이틀은 '비터 스윗(bittersweet)'. 랄라스윗의 음악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현아(28)와 박별(29)로 구성된 랄라스윗은 2008년 10월 제3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고 데뷔했다. 가요제 참여곡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부터 드라마틱한 멜로디에 불안한 현재를 살아가며 느끼는 성장의 고통을 담아왔다. 2011년 정규 1집 이후 2년 4개월 만인 지난 27일 발표한 정규 2집 '너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정규 1집보다 멜로디는 더 감미로워졌고 가사는 더 시니컬해졌다. '앞으로 앞으로' 중 '힘차게 노를 젓고 있는데 앞으로 향해가는 건 식어가는 마음 뿐'이란 구절, '사라지는 계절'의 '만남이란 속성은 헤어짐이라서 언젠가 우리도 안녕이란 말 할지도 몰라'란 가사에선 삶에 대한 냉소가 묻어난다.
1집엔 박별의 건반, 보컬 김현아의 기타 연주가 주됐다면 이번엔 스트링과 플루트 등을 얹어 사운드가 풍성해졌다. 가사는 삶을 한층 깊게 파고들었다.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단순한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 아닌 불안한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성장의 고통이다. 타이틀곡 '오월'을 비롯, '컬러풀' '앞으로 앞으로' '거짓말 꽃' 등 멤버들의 자작곡 10곡으로 앨범을 꽉 채웠다.
랄라스윗은 "데뷔 앨범을 내고 지난 2년 동안 1년에 150여차례 정도 무대에 올랐다. 페스티벌 및 콘서트를 여는 등 무대 경험을 쌓았다. 그러면서 정규 2집과 랄라스윗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 고민들을 정규 2집에 담았다"고 '너의 세계'를 소개했다.
-수록곡 모두 감미로운 멜로디, 시니컬한 가사가 특징이다.
(김현아) "우린 노림수를 좋아한다. 처음 들을 땐 단순히 '좋다'는 반응이지만 알고 들으면 자꾸 새로운 감정이 든다. 그런 곡들이 듣는 재미, 작업하는 재미가 좋더라.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더욱 그런 쪽으로 흐른 것 같다. 30살은 격동의 시기 아닌가.(웃음)"
-앨범 기획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박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굉장히 어둡다.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는 굉장히 감미롭고 아기자기하지만 가사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우린 상반된 느낌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동안은 사랑과 이별에 대해 얘기를 했다면 이번엔 20대 후반, 30대 초반 젊은이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뤘다. 가사를 귀기울여 들어보시면 깜짝 놀라실거다. 시니컬하고 어두워서. 많은 분들이 우릴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팀이라고 기억하시는데 우린 정반대 성향이다."
(김현아) "2집을 통해 우리 만의 색을 찾고 싶었다. 1집을 내고 공연을 다니면서 '우리의 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단순히 '보컬과 연주가 아름다운 팀'이란 평가가 전부였으니까. '팀 컬러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싶었다'는 욕심이 들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 보다는 내가 겪은 얘기를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각자의 파트를 명확히 했다. 나는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연주, 별 언니는 건반 연주인 점을 살려 앨범 전체를 구성했다."
-타이틀곡 '오월'은 어떤 곡인가.
(김현아) "내가 만든 곡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가. 잘 살아가고 있는 건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제목을 '오월'로 지은 건 큰 의미가 없다. 내 생일이 5월인데 생일 전후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더라. 그 생각을 시작으로 써내려간 곡이다. 이 곡과 비슷한 느낌의 곡이 수록곡 '컬러풀'이다. '컬러풀'은 별 언니가 만들었는데 '오월'과 전체적인 내용이 비슷하더라. 이 나이대에는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를 새삼 느꼈다."
-둘 다 작사·작곡을 한다. 곡 작업은 어떻게 하나.
(김현아) "곡을 만드는 것부터 완성하는 거까지 각자 따로 한다. 그래야 진행이 빠르더라. 곡은 나름의 주제와 컨셉트가 있지 않나. 그걸 기획한 사람이 만들어야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럽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이렇게 작업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작업할 것 같다." (박별) "이렇게 따로 작업해도 한 장의 앨범을 구성할 때 이질적인 느낌이 안 생긴다. 13년 동안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적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로 작업을 해도 앨범 작업을 할 때 들어보면 한 사람이 쓴 것 같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재킷 사진을 직접 찍었다고.
(김현아) "일본 오키나와에 회사 워크숍을 갔을 때 찍었다. 비용도 절약되고 좋지 않나. 하하. 앨범 재킷 사진에 바다를 배경으로 행성본을 담고 싶었다. 한 사람(행성본)을 둘러싼 일상적인 모습(바다)이 앨범명'너의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가이드 분에게 전체적인 컨셉트를 얘기하고 장소를 선정해달라고 했다. 첫 작업물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웃음)"
-팀 결성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김현아) "2002년 영등포의 한 음악학원에서 언니를 처음 만났는데 얘기가 너무 잘 통해서 급 친해졌다.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공통점 덕분이었다. 그게 인연이 돼 2008년 3월 팀까지 결성했다. 랄라스윗은 결성 1년 전에, 두 달 동안 떠난 인도여행 중 들렀던 디저트가게 이름이다. 결성 7개월 만에 대학가요제에 나가 은상까지 받았다."
-김현아는 이화여대 인문학부 사학과, 박별은 가톨릭대학 사회과학부 심리학과 출신이다.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김현아)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런 감정들을 떨쳐버리려 노력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모든 선택에는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 거 아닌가."
(박별) "아직까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다. 수익이 있을 때 모아뒀다가 배분해서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월급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이런 감정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부분 아닐까."
-의견 충돌이 있을 땐 어떻게 해결하나.
(김현아) "아직까지 언성을 높여 싸운 적은 없다. 물론 서로 '꽁'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장문의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속에 품고 있던생각들을 털어놓는다. 지난 13년 동안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이메일이나 문자로 오해를 풀었다."
(박별) "나이가 들면서 장문의 문자나 이메일을 주고 받는 횟수가 줄어들더라. 이제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증거인 거 같다."
-대중에게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나.
(박별) "큰 바람은 없다. 내가 음악을 만들 때의 느낌, 음악이 담고 있는 메시지 등을 듣는 분들이 고스란히 느끼셨으면 좋겠다."
(김현아) "듣는 분들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우리 음악이 희망이나 용기를 심어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만 안 좋은 상황에 처했다고 느낄 때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아,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게 아니구나' '나 같은 사람이 여깄구나' 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