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발표한 FA(프리에이전트) 149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1월에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1+1년)이 만료돼 자유의 몸이 됐다. 30개 구단 중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팀과 마음껏 계약할 수 있다.
오승환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미국 내 잔류가 유력하다. 사실상 '메이저리그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김현수(전 필라델피아)·황재균(전 샌프란시스코) 등과 달리 뚜렷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극심한 부침 속에서도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7승9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다. 최근 2년 동안 40세이브 이상을 올린 투수는 22명. 리그 정상급 불펜 자원인 켈빈 에레라(캔자스시티·38세이브)·델린 베탄시스(뉴욕 양키스·22세이브)보다 세이브가 더 많았다.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메이저리그전문가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FA 불펜 시장이 아주 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FA 시장에 나온 불펜 투수 중 가장 각광받는 선수는 그렉 홀랜드(전 콜로라도)·웨이드 데이비스(전 시카고 컵스) 정도다. 두 선수 모두 원소속팀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자유계약 선수에게 제시하는 1년 단기 계약·1740만 달러)를 제시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FA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게 유력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지 않고선 두 선수를 영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외 페르난도 로드니(전 애리조나)·브랜든 킨츨러(전 워싱턴)·애디슨 리드(전 보스턴) 등이 준척급으로 분류된다. 로드니는 통산 300세이브를 기록 중이지만 불혹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가 위험 요소. 킨츨러와 리드 모두 '특 A급'으로 분류하긴 힘들다. 송 위원은 "올해 성적상 오승환이 큰 연봉을 받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빅리그에 남을 수 있다. 몇몇 팀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잔류 여부는 물음표다. 오승환이 한국에 오기 전 NBC 산하 세인트루이스 지역 미디어 KSDS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당시에 "내게 가장 좋은 상황은 내년에도 같은 팀에서 함께하는 것"이라며 "올 시즌과 비교했을 때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재계약에 대한 강한 의사를 밝혔다.
세인트루이스는 7일 통산 121세이브를 기록 중인 트레버 로젠탈을 조건 없이 방출했다. 2014년과 2015년에 40세이브 이상을 올린 로젠탈은 지난해 오승환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시즌 중에 뺏겼다. 그러나 올 시즌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반등에 성공했다.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이 2.17에 불과했다. 시즌 중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내년 시즌 출전이 불명확했지만 간판 불펜 자원 중 1명이었다. 세인트루이스가 기다림보다 방출을 택하면서 오승환을 잡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관건은 지안카를로 스탠튼이다. 마이애미가 트레이드 매물로 스탠튼을 내놓았고, 세인트루이스는 영입에 관심이 있는 팀 중 하나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과 타점 1위에 오른 스탠튼은 오른손 파워 히터다. 30개 구단이 모두 탐내는 타자지만 문제는 계약 기간이다.
2014년 겨울에 마이애미와 계약 기간 13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3617억원)에 합의하면서 '그림의 떡'이 됐다. 2027년까지 총액 2억9500만 달러(약 3283억원)의 잔여 계약이 남아 있다. 2028년에는 2500만 달러(약 278억원)짜리 구단 옵션이 있고,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1000만 달러(약 111억원)를 줘야 한다. 여기에 전 구단을 상대로 트레이드 거부 조항까지 있다. 송 위원은 "세인트루이스는 돈을 펑펑 쓰는 구단이 아니다 스탠튼을 데려오면 다른 선수를 잡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오승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는 일본에서 FA가 된 마무리 투수 히라노 요시히사(전 오릭스)에게 관심이 있다. 히라노는 올 시즌 57경기에 출전해 3승7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했다. 데니스 사파테(소프트뱅크·54세이브)·마쓰이 유키(라쿠텐·33세이브)에 이어 퍼시픽리그 세이브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성적은 48승69패 156세이브 평균자책점 3.10. 이 밖에 브라이언 쇼(전 클리블랜드)·앤서니 슈와져(전 밀워키) 등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영입이 가능한 불펜 투수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송 위원은 "팀 내부적으로 마무리 투수 애기 나오는 선수가 있어도 경험이 없어서 그 점에 대해선 고민할 것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