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아들’ 정성룡, 제2의 고향 제주서 재기 구슬땀



축구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수원)이 제2의 고향 제주에서 재기를 위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17일 제주 서귀포시민구장에는 사이드라인 바깥에는 간밤에 온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하지만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제주 전지훈련(15~21일)에 돌입한 대표팀의 훈련은 계속됐다. 패스 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한쪽 골대에선 골키퍼들의 페널티킥 방어 훈련이 진행됐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정성룡. 그는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김봉수 골키퍼 코치의 슈팅에 맞춰 몸을 날렸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는 골키퍼는 3명. 정성룡은 이번 전훈에서 김승규(울산), 이범영(부산),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권순태(전북)와 끝장 승부를 펼쳐 이겨야 한다.


정성룡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했다. 또한 비판여론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SNS에 올린 게시글(사진)은 정성룡에 대한 비판 여론을 부채질했다.


◇ 힘들었던 2014년, 해피앤딩 꿈꾼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정성룡은 김승규와의 경쟁에서 어렵게 주전 자리를 따냈다. 하지만 조별리그 2경기에서 부진했다. 반면 김승규는 마지막 경기에서 선전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일어난 일도 정성룡을 괴롭혔다. 그는 부진 때문에 비판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귀국일에 올랐다. 그런데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더 진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다 같이 퐈이야"라고 썼다. 그 사건 이후 정성룡은 올 시즌 내내 골킥을 시도할 때면 상대팀 관중석에서 조롱의 의미를 담은 "퐈이야"라는 함성을 들어야 했다. 월드컵 이후 A매치에서 줄곧 제외됐다. 이 때문에 대표팀 수문장 교체가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오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이 됐다. 정성룡은 11월 중동원정(요르단·이란) 2연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재승선 했다. 그리고 요르단전(1-0승)에 선발 출전해 무실점 하며 복귀를 알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이후에 특정 선수에 대해 비난이 많았다. 정성룡과 박주영이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못했다고, 비난을 받았다고 해서 배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는 정성룡이 축구에 대한 꿈을 크게 키웠던 ‘제2의 고향’ 이다. 당시 서귀포고 설동식 감독 눈에 들어 제주로 전학왔던 정성룡은 기어코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사진은 2007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정성룡이 훈련하는 모습. IS포토
제주는 정성룡이 축구에 대한 꿈을 크게 키웠던 ‘제2의 고향’ 이다. 당시 서귀포고 설동식 감독 눈에 들어 제주로 전학왔던 정성룡은 기어코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사진은 2007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정성룡이 훈련하는 모습.

IS포토


◇ '제주의 아들' 정성룡

제주는 정성룡이 제2의 아버지를 만나 국가대표의 꿈을 키운 곳이다. 그는 1999년 광주중 2학년 겨울 제주로 합숙훈련을 왔다가 당시 서귀포고 설동식 감독의 눈에 들어 제주로 전학왔다. 설 감독은 "정성룡의 전학 절차를 다 마친 뒤 그의 아버지와 둘이서 술잔을 기울였는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성룡이를 국가대표 선수로 키워 달라는 게 아니다. 많이 먹여달라'고 했다. 성룡이 집안이 그만큼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성룡의 아버지는 얼마 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정성룡은 이를 악물고 축구에 전념했고, 고교 졸업 때쯤은 프로 구단들이 주목하는 유망주가 돼 있었다. 그는 2003년 포항에 입단했다. 정성룡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푼 설 감독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정성룡은 축구는 물론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설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다. 설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전후로 수년 간 1인자 자리를 지키던 성룡이가 자신도 모르게 나태해졌던 것 같다. 갑자기 경쟁을 하게 되니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나한테 자주 연락이 왔는데 그럴 때마다 월드컵과 올림픽까지 나간 골키퍼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분명 한 번의 기회는 더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정성룡은 대표팀에 재승선한 소식을 들은 설 감독은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는 "성룡이가 제2의 고향인 제주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했다.

제주=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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