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팀에겐 '실전 감각'이 가장 큰 극복 과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올해로 4년 연속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삼성 선수들에겐 이미 경험이 쌓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예년과 다른 과제가 생겼다. 시즌 막바지에 보여준 삼성답지 않은 모습과 최근 넥센 전적 열세의 좋지 않은 흐름이 고민이다.
삼성은 오는 4일 대구구장에서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통합 4연패'에 도전한다. 정규시즌까지는 이변 없이 사상 '4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정규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7패(3승)를 당하며 결코 좋은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 모두 시즌 전체 기록을 훨씬 밑돌았다. 5연패도 한 차례 있었다. 무엇보다 강팀 상대로 거둔 승리가 점차 줄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10월 15일 LG전 승리 전에는 4강 팀(LG·NC·넥센)을 상대로 6연패를 당했다. 팀 성적에도 사이클이 있기에 삼성의 전력 자체는 우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즌 후반 하향 곡선이었기에 불안감도 있었다.
더구나 한국시리즈 파트너가 최근 전적에서 열세에 있는 넥센이다. 삼성은 지난 8월 30·31일 대구 2연전과 10월 8일 목동전까지 마지막에 치른 넥센과의 3경기를 모두 내줬다. 그전까지 8승1무4패로 크게 앞서 있던 전적도 8승1무7패로 거의 대등해졌다. 특히 10월 8일 경기에선 매직넘버 '2' 소멸을 노리고 총력전을 펼쳤지만 연장 승부 끝에 임창용이 점수를 내주며 패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여겨졌던 당시 일전에서 패한 채로 넥센을 맞이하는 것이다.
반면 넥센은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얻어내며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했다. 염경엽(46) 넥센 감독이 노리던 수와 바람이 모두 맞아 떨어졌다. '3선발 로테이션'이 무리 없이 가동됐고, 로티노의 2번 타자 기용으로 상·하위 타선의 무게감을 더했다. 4차전에선 침묵하던 박병호(28)·서건창(25)까지 터지며 LG 마운드를 폭격해 가장 넥센다운 모습으로 한국시리즈 리허설을 마쳤다. 2차전에서 필승조 한현희(21)와 조상우(20)가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남은 3·4차전에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사상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낸 팀의 기세와 분위기는 최고조에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첫 경기의 중요성이 커졌다. 상대 기세를 제압하고 리그 최강팀의 면모를 회복해야 한다. 여지를 준다면 전체 시리즈를 어렵게 끌고 갈 수 있다. 물론 경기 감각 회복도 고려해야 한다. 매년 어려움 속에서 우승을 일군 삼성이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