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팬의 잇따른 폭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 광주구장 관중의 심판 공격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남성 3명이 롯데 선수단 버스를 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롯데 선수단은 5일 인천 SK전을 마친 뒤 문학구장 근처 대중 사우나를 찾았다. 이튿날(6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사직 두산전을 위해 선수단은 목욕을 마친 뒤 김포공항으로 곧바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목욕을 끝낸 선수단이 버스에 오르던 중 남성 3명이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남자 셋이 강민호(롯데)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은 욕을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욕을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선수들은 꾹 참고 버스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한 롯데 팬이 남성들에게 "왜 선수들에게 욕을 하는가. 그러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남성들은 그 팬에게 집단 폭력을 가했다. 그들은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롯데 팬의 목을 감고 조르는 등 위협을 가했다. 이 모습을 본 롯데 투수 송승준과 이진오 수석트레이너가 남성들을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 트레이너는 팔에 상처를 입었다. 남성 중 한 명이 이 트레이너의 오른 손목을 물었다.
선수단과 접촉이 있자 남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상의를 벗고, 구단 버스에 올라 타 행패를 부렸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김시진 롯데 감독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당장 버스에서 내려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 감독에 따르면 한 남성은 "누군가 내 몸을 건드렸다. 찾아내겠다"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벨트를 휘둘러 구단 버스에 설치된 TV를 파손했다. 뒤쪽에 앉아 있던 선수들이 움직이려고 하자 김 감독은 "나서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남성들에 대응했다.
롯데 구단 직원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남성들은 경찰에게도 막무가내로 대했다. 하지만 경찰이 테이저건(전기총)으로 제압하려고 하자 순순히 버스에서 내렸다. 경찰은 이들 3명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김시진 감독은 6일 사직 두산전을 앞두고 "우리가 건들기를 기다리는 무리였다.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시비를 걸고, 한 명은 동영상을 찍고 있더라. 그래서 일부러 대응하지 않았다. 선수단을 상대로 뭔가를 뜯어내기 위한 조직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