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 2위로 PO에 직행한 NC는 2주 가까이 휴식을 취하며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4위 LG는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5위 KIA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다. 그 여세를 몰아 3위 넥센마저 제압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NC가 앞서지만 분위기는 LG가 좋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글에서 고척돔에서 LG가 1승만 해도 유리하다고 봤는데, 1차전을 이긴 LG가 결국 PO에 올라갔다. 생각과 어긋난 점도 있었다. 내 예상보다 준PO가 일찍, 4차전 만에 끝났다. 두 팀 전력이 백중세라 준PO는 5차전까지 갈 것으로 보였다.
만일 5차전이 열렸다면 큰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LG는 PO에서 선발 로테이션 운용이 어려워진다. 마산 원정으로 치르는 PO 1~2차전에 외국인 투수 2명을 투입할 수 없다. 마산 원정을 잘 버틴 뒤 잠실에서 열리는 3~4차전에서 승부를 봐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LG는 준PO 승부를 4차전에서 끝내며 사흘(18~20일)의 시간을 벌었다. 준PO 1차전(13일)에 등판한 헨리 소사는 일주일 휴식이다. 포스트시즌에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허프 역시 최소 나흘의 휴식을 보장받는다. 자연스럽게 PO에서 최상의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다. NC와 동등한 입장에서 PO를 치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단기전에서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WC와 준PO를 통과하면서 LG는 상승세를 탔다. 전반적으로 '업(Up)' 된 모습이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의 표정이 현재 분위기를 말해 준다. NC가 분위기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PO 1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에릭 테임즈는 PO 1차전에 나갈 수 없다. 테임즈 없이 1차전을 승리한다면 급작스럽게 상승 무드를 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예상대로 테임즈가 없어서 졌다'는 평가를 받으면 분위기는 가라앉기 마련이다.
LG는 마운드의 흐름이 좋다. 선발투수들이 잘 던져 주면서 불펜진 체력을 아낀 효과를 보고 있다. KBO 리그 포스트시즌은 순위가 낮은 팀일수록 경기가 많은 계단식 구조다. 경기가 많다는 건 불펜 소모가 심하다는 말이다. LG 선발진의 호투는 이 약점을 없애고 있다. 중간에서 마무리로 넘어가는 과정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마무리 임정우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그는 정규 시즌 후반에 투구 내용이 좋아졌다. 양상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임정우를 편한 상황에 내보내고 있다. 터프 세이브 상황이 아닌 9회 시작부터 등판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마음의 안정은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WC와 준PO의 경험은 임정우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큰 시합에선 베테랑이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NC에선 주장 이종욱을 키 플레이어로 꼽고 싶다. 큰 대회 경험이 많고, 좌우 투수 가리지 않고 상대할 수 있다. 올해 NC 타선을 살펴보면 이종욱 타석에 찬스가 많이 걸렸다. 중심타선이 아닌 이종욱이 해결사 역할을 한다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LG는 박용택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고무적이지만 '기복'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다. 박용택은 LG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팀 타선을 이끌어 가는 능력은 충분하다.
NC는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뒤 11일 동안 경기가 없었다. 일각에서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지도자 생활을 해 보니 휴식은 경기 감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밑에서 올라오는 팀이 5차전까지 경기를 했다면 체력적으로 힘들 수는 있다. 하지만 기다리는 팀도 마냥 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훈련과 연습 경기를 충분히 한다. 긴장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NC는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호준·이종욱·손시헌 등 베테랑을 제외하면 여전히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다. 박석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삼성에서 뛰며 5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연령대가 비슷하거나 어린 동료들에게 '가을 DNA'를 심어 줘야 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박석민의 역할을 지켜보는 것도 NC 가을 야구의 재미가 될 것이다.
LG의 PO 1차전 선발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허프와 소사의 순서에 관심이 모아진다. 내 경험으로 단기전에서는 '순리대로' 가는 것이 좋다. 양 감독은 시즌 끝까지 투수 관리를 잘했다. 누구를 1선발로 내세울지 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