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씨앗은 부상이었다. 생소한 병명인 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으로 5월 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은 망막 중심부위인 황반에 물이 고이는 질환으로 물이 빠지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답이었지만 시즌 중이라는 걸 고려하면 답답함만 쌓였다.
최형우는 9일 대구 삼성전이 끝난 뒤 "눈을 뽑고 싶을 정도였다. 화가 너무 났다. 몸은 건강한 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2군 훈련장인) 함평에 있다는 게 화가 났다. 말로는 표현이 안 됐다. 어디가 부러졌다면 깁스라도 하고 인정할 수 있지만, 병원을 가도 주사만 맞고 (눈에 고인 물을) 빼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금강불괴'다. 201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매년 136경기(정규시즌 144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는 건 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갑작스러운 안과 질환이 더 당황스러웠던 이유다. 최형우는 "일반인들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선수여서) 날아오는 빠른 공을 쳐야 하니까 달랐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며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고 아지랑이(햇빛이 강할 때 지면에서 아른거리며 위로 올라가는 공기의 흐름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당시의 답답함을 설명했다.
마음을 다잡는 건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화가 많이 났는데 3일 정도 지난 뒤 와이프와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길 많이 했다. 지금까지 아프지 않고 잘 해왔으니까 약간 쉬어가는 의미로 생각하자고 그러더라. 그렇게 대화를 하고 내려놨다"며 "그때부터 야구도 보면서 응원하기도 하고 함평도 기분 좋게 출근했다"고 말했다. 여유를 갖고 몸 상태를 추슬렀다.
5월 31일 1군에 재등록된 최형우는 이튿날부터 경기에 출전했다. 1군 복귀 첫 6경기 타율이 0.150(20타수 3안타). 기대했던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타구가 좀처럼 뜨지 않고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9일 삼성전에서 결승 홈런을 폭발시키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조급하지 않고 공을 띄우는데 집중하다 보니 좋은 타구가 나왔다.
그는 "100%까지는 아니지만,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다치기 전의 상태로 가려면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 돌아와야 한다.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더는 앉아서 기다리다가 시즌이 끝날 것 같았다. 두 달 안에 정확하게 낫는다면 휴식할 텐데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상태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재발하면 은퇴해야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KIA는 올 시즌 고전하고 있다. 특히 팀 홈런이 좀처럼 터지지 않아 답답한 공격력이 전개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시기 간판타자가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