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을 전격 교체했다. 돈 매팅리 감독과 결별을 선택한 구단 수뇌부는 샌디에이고 벤치 코치인 데이브 로버츠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깜짝' 발탁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1972년생으로 올해 나이 44세다. 메이저리그 감독 가운데 케빈 캐시(탬파베이), A.J 힌치(휴스턴), 앤드 그린(샌디에이고)에 이어 네 번째로 젊다. 2008년 현역 은퇴 후 해설자와 코치 경험이 있을 뿐 감독은 올해가 처음이다.
'초짜' 로버츠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팀을 빠르게 정비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구단은 스토브리그에서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시즌 도중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 등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은 전임 매팅리 감독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돌파구를 찾았다. 데이터 활용 비중을 높였고, 유망주를 대거 기용했다.
위기를 넘긴 다저스는 안정적인 전력을 뽐내며 91승71패로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워싱턴과 5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승리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다저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최강으로 불리는 시카고 컵스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김선우 위원이 다저스의 반전을 말했다.
- 다저스의 반전이 예사롭지 않다.
"작년부터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이 새로 오면서 팀 성향이 달라졌다. 이전까진 공격을 앞세운 팀 구성이었다면 프리드먼 단장은 마운드와 수비를 강화를 목표로 했다. 선수 구성도 달라졌다. 슈퍼스타를 모으기보다 '중상급' 선수를 많이 영입해 모아 놓았다. 시즌 초반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했다. 이 시기에 선수 구성이 빛을 발했다. 100%는 아니지만 70~80% 정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선수가 많았다. 로버츠 감독이 안정적인 전력을 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 유망주의 등장과 성장도 눈에 띄는데.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 선발 예고된 훌리오 유리아스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연소 선발 기록을 갈아 치웠다. 다저스처럼 스타가 즐비한 정상급 팀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다. 유망주들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한 것도 다저스가 반전한 요인이다. 유리아스뿐 아니라 호세 데 레온도 눈에 띈다. 내년 시즌 선발진에 새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타선에선 작 피더슨과 코리 시거를 빼놓을 수 없다. 20대 초반답게 패기 넘치는 타격으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컵스를 상대로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우세를 점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컵스가 앞서는 건 맞다. 이름값과 선수 면면을 보면 컵스가 훨씬 강하다. 그러나 다저스 선수들 역시 리그에서 '중상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3차전에서 컵스 선발 제이크 아리에타가 6회를 버티지 못한 반면 다저스의 리치 힐은 6이닝 무실점 호투했다. 다저스는 시즌 내내 아리에타에게 고전하지 않았나. 단기전에선 결국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
- 구단 수뇌부의 팀 체질 개선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뎁스가 좋아진 건 프런트의 공이다. 빅리그는 사장과 단장이 비전을 세운 뒤 거기에 적합한 선수를 데려온다. 작년 프리드먼 단장의 선수 영입을 두고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성적이 좋기 때문에 모든 게 상쇄됐다. 올해 결정적인 포인트는 A.J. 엘리스를 필라델피아로 내보내고, 카를로스 루이스를 데려온 트레이드라고 본다. 엘리스는 에이스 커쇼의 전담 포수였다. 주전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 있지만 커쇼는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자칫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 트레이드였다. 그럼에도 전력 보강을 위해 엘리스를 내보낸 건 엄청난 결단이었다."
- 실제 커쇼와 그랜달의 호흡이 몇 차례 맞지 않았는데.
"디비전시리즈에서 그런 장면이 두 차례 연출됐다. 그러나 그랜달은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커쇼와 7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우려했던 점이 사라졌다. 여기에 루이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포수진을 새롭게 바꾸는 건 큰 모험이다. 하지만 다저스 수뇌부는 과감하게 결정했다. 두터워진 선수층과 용감한 결단, 다저스가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저스의 구단 운영은 때로 놀랍기까지 하다."
- 로버츠 감독은 매팅리 감독과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 주고 있다.
"매팅리 감독은 뉴욕 양키스의 슈퍼스타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선수 기용법을 보면 '믿음의 야구'라는 느낌을 준다. 필승조 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기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커쇼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체를 주저하다 실패하기도 했다. 어린 선수보다 베테랑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리더십이었다. 반면 로버츠 감독은 선택이 빠르다. 당일 컨디션과 함께 데이터를 매우 중시한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전력을 쏟아붓는다. 디비전시리즈 5차전이 대표적이다. 마무리 켄리 잰슨을 7회 투입하고, 커쇼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경기 전 "커쇼가 구원 등판하는 일은 없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선수들이 로버츠 감독을 이해하고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커쇼가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로버츠 감독에게 마무리를 자청했다는 일화는 벌써 유명해졌다. 잰슨은 마운드를 커쇼에게 넘길 때 끝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공을 건네고는 내려갔다.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지만 에이스 커쇼에게 '존경'을 표현한 것이다. 젊은 선수들은 홈런이 나오면 로버츠 감독과 함께 격하게 감정 표현을 한다. 로버츠 감독의 리더십이 선수단을 움직이고 있다. 다저스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