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원조 해외 영화제 퀸 강수연·전도연 역시 함께 이야기 되고 있다. 김민희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선배 강수연·전도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배우가 됐다.
김민희의 사생활이 오히려 그녀의 성과를 희석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은 결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 전세계 영화인들이 경쟁 상대다. 작품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관문 부터가 어렵다. 홍상수 감독이 그 넘은 관문에 김민희가 들어갔다.
한국 여배우가 3대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강수연·전도연 밖에 없었다는 것만 봐도 김민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인지 가늠케 한다. 강수연은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전도연은 2007년 '밀양'으로 칸의 여왕에 등극했다.
시간은 조금 빨라졌다. 강수연에서 전도연까지 20년, 그리고 전도연에서 김민희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김민희는 제2의 강수연, 제2의 전도연이자, 제1의 김민희가 됐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배우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김민희가 '최초'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이자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두 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캐릭터는 쉽게 설명해 유부남 감독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다. 국내에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대중들은 '인생연기를 펼친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영화를 관람한 외신과 해외 영화인들, 그리고 국내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김민희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갈리고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지만 김민희 연기력에 대한 평가 만큼은 '화차'가 다시 거론될 정도로 대단하다는 의견이 많다.
강수연·전도연은 한국 영화사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배우들인 것은 물론, 배우들의 배우로 현재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전도연은 10년째 '칸의 여왕' 꼬리표를 달고 다닐 정도다. 김민희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는 김민희 그리고 홍상수 감독만 알 터. 김민희가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 활동의 물꼬를 다시 틀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