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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아이돌이 고교 축제에 몰리는 까닭을 알아봤다.
▶'확실한 각인 효과' 팬베이스 넓힐 수 있는 기회
아이돌의 '주 수요층'은 역시 초·중·고교생이다. 고등학교 행사를 그냥 지나치기 힘든 이유는 바로 홍보효과다. 100번 음악을 듣는 것보다, 눈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훨씬 큰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인급 아이돌이라면 되레 비용을 지출해서라도 무대에 오르고 싶은 심정. 고교생들의 입소문도 무시할 수 없다. SNS의 발달로, 한 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간다.
한 소속자 관계자는 "출연 효과를 수치로 산출할 수는 없지만 (고교 무대에) 열심히 출연시키면 해당 아이돌의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고등학교가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축제라도 나갈수 있다"고 밝혔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확실한 팬베이스를 마련하는 효과가 있어서 소속사 입장에서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며 "기획사의 파워가 작고 아이돌의 인지도가 낮을수록 효과는 배가 된다"고 전했다. 음악평론가 박은석은 "용돈이 궁한 청소년이 금전적 부담 없이 '우리 학교'에서 아이돌의 무대를 볼 수 있는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하며 "소속사 입장에서 홍보효과를 배가 시키려면 아이돌들이 방송출연이나 콘서트 때와 같은 열정과 진심을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등학생들, 당당하게 요구
과거에 비해, 고교생들이 연예기획사에 대담한 요구를 하는 것도 달라진 세태다. 방송반 학생들이 가요기획사 매니저들의 번호를 쉽게 공유하는 것도 이젠 놀랄 일이 아니다. 심지어 당당하게 요구한다. '와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와 달라'고 요구한다. 소위 '급'이 낮은 아이돌의 소속사는 고교생들에게도 '을'이 되는 현실. 스케줄이 맞지 않아 거절하면 '고교생 무시하는 아이돌'이라고 낙인 찍혀, 거절도 힘들다.
최근 고등학교 축제를 다녀온 아이돌 소속사 측은 "학생회 대표 등이 섭외를 한다. 스케줄이 맞지 않아, 출연을 거절하면 이를 대신해 행사에서 틀 축하영상 멘트를 요청 한다"고 전했다. 이어 "축제 외에도 개교기념일이나 수련회, 심지어 동아리 관련 행사에도 출연 또는 축하멘트 촬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예인 섭외에 ‘사정’을 하듯 조심스러웠던 반면 현재는 당당하고 거침없다. 한 고등학교의 학보사 학생이 연락이 와서 톱 아이돌 전원과 일대일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다. 스케줄이 맞지 않아 거절했더니 '고교 학보사라고 무시하는 거냐'라고 따지더라"라고 말했다.
아이돌의 고교 축제 러시는 '아이돌 위기론'의 단적인 예도 된다. 학생과 아이돌의 윈윈(WIN-WIN)효과를 기대하지만 속사정은 다를 수 있다. 평론가 김작가는 "최근 아이돌시장은 포화를 넘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이돌들이 고교무대에까지 서며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과부하에 걸린 현 아이돌 시장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가요 제작자는 "사실 적정한 출연료를 받고 가는 행사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가격을 많이 다운시켜 움직이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시장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